담배 제조사인 KT&G는 ‘중독’돼 있다. 니코틴 중독이 아니라 봉사활동 중독에 걸려 있다.
공기업이던 KT&G는 2002년 정부가 지분을 완전 매각해 민영화했다. 공기업에서 순수 민간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해 ‘눈치 볼 일도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지만 사회공헌 활동은 더 왕성해졌다. 중독의 힘이다. 이듬해인 2003년엔 그 동안 진행해오던 사회복지 활동을 보다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KT&G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복지재단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노인복지사업을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 순차적으로 6개의 노인복지센터를 설립, 지역기반형 복지서비스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치매노인을 치료하는 전문인력 양상사업도 지원한다.
올해 7월에는 중장기 사회공헌 계획을 발표해 업계를 또 한번 놀라게 했다. 2010년까지 총 2,800억원을 사회공헌에 사용하겠다는 것. 매년 매출액의 2% 수준으로 예산을 책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상장업체의 사회공헌 지출액 비중이 매출액 대비 평균 0.21%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이도 모자라 아예 사회공헌 전담 부서인 ‘사회공헌부’를 본사 내에 신설해 KT&G복지재단과 함께 사회공헌 쌍끌이 체제를 구축했다.
내용도 알차지고 있다. 거창해 보이지 않더라도 ‘꼭 필요한 일을 지원한다’는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지향한다. KT&G복지재단은 2004년부터 매년 전국의 사회복지기관 중 100개 기관을 선정해 경차를 기증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은 사회복지기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사한 뒤 결정한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사회공헌 활동도 눈길을 끈다.
2003년 9월부터 국내 최초의 기부후원 사이트인 '1004KT&G'(www.1004ktng.com)를 통해 사이버 모금과 불우이웃 후원을 진행하고 있다. 네티즌의 후원액만큼 KT&G복지재단이 지원금을 보태는 이른바 '기쁨 두 배 후원'이다. KT&G복지재단이 설립되면서 활동범위도 넓어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수천대의 월동용 석유난로를 지원하는 등 해외 재난지역에 대한 지원도 적극적이다.
사회공헌 활동 성장과 발맞춰 투명 기업으로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증권선물거래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센터가 주관하는 기업지배구조 최우수기업으로 3년 연속 선정됐다. 올해는 국내 처음으로 지배구조 명예기업으로 선정됐다. 이사 12명 중 75%인 9명이 사외이사로, 이사회를 통한 경영진 감시가 선진국 수준이라는 점도 자랑거리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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