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계란 봉변은 새삼 대선후보 경호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이 후보는 그제 대구 서문시장 방문 행사 중 한때의 지지자로부터 계란에 맞는 곤욕을 치렀다.
상처는 없었으나 창졸간에 당한 일이어서 매우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이 후보는 "애증의 표현이다", "계란 마사지 한번 잘 했다"고 자못 여유 있게 넘겼지만 이런 불상사가 다시 일어나서는 안되겠다.
전날 대전 방문 직전에는 이 후보 사무실로 '공기총 살해' 협박 전화가 수 차례 걸려왔다. 경찰의 신속한 조치로 피의자가 체포됐지만 이 후보에겐 경호문제가 발등에 불로 떨어진 셈이다. 다른 후보들의 경호에도 허술한 점이 없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지난해 5월 지방선거 때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유세 도중 흉기에 얼굴을 크게 베인 사건은 선거기간에 후보나 요인에 대한 테러가 의외로 손쉽게 저질러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물론 경찰은 무술 고단자 등을 경호요원으로 선발해 주요 정당 후보들의 경호에 임하는 등 나름대로 충실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 속에 사회적 갈등과 불만이 팽배해지면서 좌절과 분노가 엉뚱하게 후보에 대한 테러 형태로 표출될 소지가 커진 만큼 보다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
경찰은 최근의 정치인 테러 사례와 유형을 면밀히 분석해 효과적 보완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이번에 봉변을 당한 이회창 후보는 무소속이어서 정식 후보등록 이후에 경찰 경호인력이 배치된다는데, 이 후보측이 원한다면 등록 전이라도 지원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당이나 정치세력 간 지나친 비난전이 개인들의 증오나 분노를 부추겨 폭력적 행동을 유발할 수도 있다. 엊그제 한나라당 공식행사에서 연예인 백 모씨가 이회창 후보를 겨냥해 "뒈지게(죽도록) 맞기 전에 밤거리를 돌아다니지 말라"고 폭언한 것은 그런 점에서 개탄스럽다.
한나라당 지지자로서 이 후보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이해하지만 폭력적인 방법으로 표출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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