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래에셋 '증시 마술'의 비밀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래에셋 '증시 마술'의 비밀은…

입력
2007.11.22 05:18
0 0

“이 회사는 왜 이렇게 오르는 거야?” “미래멘털이 좋습니다”.

요즘 증권사 리서치센터 회의에서는 펀더멘털 대신 ‘미래멘털’이라는 용어가 자주 쓰인다. 기대치 이상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이유를 ‘미래에셋이 사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올들어 주도주로 불렸던 종목들은 거의 예외없이 미래에셋이 집중매수했던 회사라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열풍(熱風)을 넘어 광풍(狂風)이라 할 정도로 시중자금이 미래에셋으로 몰리고 있다. 미래에셋이 ‘맘먹고 내놓았다’는 펀드(인사이트펀드)에 출시 1주일 만에 4조원 가까운 돈이 모였다. ‘미래에셋이 굴리면 수익률이 좋더라’는 통계는 어느덧 ‘미래에셋에 맡기면 무조건 된다’는 믿음으로 바뀐 분위기다. ‘증시권력’이 된 미래에셋의 힘은 무엇일까.

우선 미래에셋만의 ‘혜안’을 들 수 있다. 실제 최근 테마주로 각광받았던 소디프신소재와 동양제철화학은 미래에셋이 일찌감치 ‘찜’한 종목들이다.

2006년9월 4만원대 동양제철화학을 대거 사들일 당시, 이 회사는 LCD 세정가스 제조업체인 소디프신소재를 인수하고 태양광 사업의 일종인 폴리실리콘 사업에 착수한 직후였다. 웬만한 투자사라면 아직 시장성도 확인되지 않은 분야에 투자하기 쉽지 않았던 시기였지만, 결국 동양제철화학은 이후 주가가 치솟으며 최근 40만원까지 육박했다.

또 다른 비결은 치밀한 수익률 관리다. 오를만한 종목을 고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종목을 한껏 더 올려 고수익을 거둔다는 것이다. 좋게 표현하면 ‘공격적’ 운용이지만 비판적인 쪽은 ‘거대한 작전회사’라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A사 애널리스트는 “미래에셋은 찍은 종목 주식을 단기간에 아무도 못 따라올 속도로 무섭게 사들여 주가를 올린다.

가령 5만원 하던 주식을 15만원까지 올린 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진정돼 10만원 선으로 떨어지면 그때 되팔아도 수익률은 100%다. 한창 올랐던 주식이 약간 떨어지면 싸다고 여기는 ‘착시현상’ 때문에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은 10만원에 그 주식을 사는데 결국 개미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인력도 뛰어나다. ‘미래에셋’에는 인재도 몰린다.

최근 모 증권사 콜센터에서 직원 100여 명이 한꺼번에 퇴직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미래에셋으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동안 공동번영을 외치던 증권업계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급기야 지난 주에는 증권사 사장단이 모여 ‘과도한 스카우트전 자제’를 결의하기도 했다. 결의문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이날 모임의 주 원인은 ‘잘나가는 미래에셋’ 때문이었다.

업계 영향력이 막강하니 정보관리 측면에서도 이점이 많다. B사 애널리스트는 “언제부턴가 담당종목에 대한 리포트를 내기 2,3일 전에 미래에셋 측에 미리 내용을 귀띔해 주는 게 관례처럼 됐다”고 털어놨다. C사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보유중인 종목에 대해서는 긍정적 리포트를 쓰거나 적어도 나쁜 얘기를 쓰지 않는 것이 기본”이라고 고백했다. 자칫 이를 어기면 ‘큰 손’과의 거래가 끊길까 두려운 게 증권사의 처지라는 얘기다.

많은 전문가들은 오늘날 미래에셋을 만든 비결을 10년간 꾸준히 지켜온 영업과 마케팅 전략의 결실로 보고 있다. ‘시장이 좋을 때나 안좋을 때나 미래에셋은 꾸준하다’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힘썼고 인재 영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뮤추얼ㆍ적립식ㆍ해외투자 펀드 같이 업계를 선도하는 실험을 계속 성공시킨 결과라는 것이다.

E사 관계자는 “최근 미래에셋의 영업전략에 대해 다분히 시기섞인 비판이 많지만 동시에 경쟁사가 따라하고 싶지만 못하는 것들이 많다”며 “미래에셋이 고군분투할 동안 전략없이 방황한 경쟁사들의 무능도 역설적으로 오늘날의 구도에 기여한 바 크다”고 고백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