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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소득 양극화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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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소득 양극화의 본질

입력
2007.11.22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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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친구가 수개월 전 기술유출 분쟁에 휘말렸다. 당황한 그는 전직 법무부장관이 대표로 있던 유명 로펌을 찾아갔다. 재조 경력은 없지만, 형사사건 전문이라는 변호사를 소개 받았다. 경찰 조사를 무사히 넘기는가 싶더니, 검찰로 송치된 뒤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수소문 끝에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를 소개 받아 다시 수임 계약을 맺었고, 결국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냈다. 그는 "로펌에 3,000만원,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성공사례금을 포함해 1억7,000만원을 지불했다"며 "변호사가 아무리 '허가 받은 도둑놈'이라지만, 수임료가 이렇게 비쌀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국세청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9개 전문직 사업자 중 변호사의 1인당 연간소득(2006년 기준)은 평균 3억5,000만원, 변리사 5억8,200만원, 의사는 3억8,600만원이었다.

역시 국세청이 내놓은 자료에는 변호사ㆍ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의 소득 탈루율이 42.8%로 나타났다. 실제 탈루율은 훨씬 높겠지만 국세청이 밝혀낸 42.8%만 대입해도, 변호사는 1년에 5억원, 의사 5억5,000만원, 변리사는 8억3,000만원을 버는 셈이다.

이탈리아의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는 변호사 지망생이었다. 법학 공부를 하러 페루자대학에 들어갔지만,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변호사보다 수입이 낫겠다는 판단에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실제 유럽의 변호사나 국ㆍ공립 병원 의사들의 소득은 그 사회의 중간 수준이다. 미국 대졸 엔지니어의 급여는 변호사, 판사와 별 차이가 없다. 지난해 미국 변호사의 1인당 연평균 소득은 11만3,660달러로 1인당 국민소득(4만4,190달러)의 2.57배에 불과했다.

물론 과거 변호사와 의사들은 지금보다 훨씬 소득이 많았다. 시장의 수요를 무시한 채 터무니없이 적은 인원을 배출한 탓이다. 그나마 1980년대 중반 이후 의대가 대폭 늘어나면서 무의촌 지역이 많이 해소됐지만, 아직도 내과 외과 소아과 등 기본 진료과목의 전문의가 없는 군 지역이 수십 곳이나 된다.

변호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기초자치단체 중 50%가 넘는 지역에 단 한 명의 변호사도 없는 게 현실이다. 국내 변호사 1명당 민사소송 건수는 189건으로, 미국(15.6건) 영국(13.8건) 일본(24.3건)에 비해 월등히 많다.

어려운 경쟁을 뚫은 사람에게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한번의 시험이 평생의 소득을 결정하는 구조를 정당하다고 보긴 어렵다. 전문직과 비전문직의 소득차만 엄청난 게 아니다. 국제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공공부문과 대기업 정규직에 진입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삶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노동의 질에 별 차이가 없는 시간강사의 저임금이 교수들의 과도한 이익을 보장하는 경쟁 제한적 구조가 사회 곳곳에 온존해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돈과 인재의 흐름을 왜곡시키는 교육문제의 근원도 출발과 동시에 독점적 권리가 보장되는 불평등 구조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소득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불안정을 해소하려면 전문직과 정규직, 공공부문 등 혜택을 누리는 집단이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어디에서 출발하느냐가 개인의 운명을 결정짓는 사회라면 얼마나 정의롭지 못한가.

고재학 경제산업부 차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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