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의 갈등이 해소국면에 접어들면서 강재섭 대표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이 후보와 박 전 대표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강 대표가 거간꾼 역할을 하며 정치력을 발휘한데다 이 후보가 "강 대표를 중심으로 대선과 총선을 치를 것"이라며 힘을 실어 주었기 때문이다.
당권과 대권이 분리된 상황에서, 임기가 보장돼 총선을 주도할 대표를 만만히 볼 사람은 이제 당내에 없다. 그는 이 후보가 제안한 '이명박 박근혜 강재섭 3자회동'의 멤버이기도 하다.
눈 여겨볼 대목은 이 후보가 말뿐 아니라 강 대표를 보는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이 후보 주변에선 '강 대표는 신뢰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보는 기류가 강했다. 경선 당시 강 대표가 말로는 엄정 중립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박 전 대표쪽에 기울었다는 시각이었다.
특히 경선이후 당직인선 과정에서 이 후보측과 사사건건 맞서면서 '비협조자'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져 그의 공간은 더욱 좁아지는 양상이었다. 강 대표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기다림의 정치'를 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상황은 변했다. 박 전 대표의 이 후보 지지발언이 나온 12일 열린 국민성공대장정 대구경북대회. 홀가분한 표정의 이 후보는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강재섭 대표의 얼굴만 보면 저거 어떻게 쥐어박고 싶었다.
괜한 짓 해서 애먹이고…"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이 후보가 강 대표에 대한 신뢰감이 싹트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11일 당 화합책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강 대표와 두 차례 만났다.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며 회견 내용을 상의했는데 강 대표가 "박 전대표측과 조율한 뒤 내용을 확정 짓자"는 의견을 냈고, 저녁에 다시 만나 최종 조율을 했다고 한다. 강 대표는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측 서청원 전 대표와 직접 만나 의사타진을 했고, 상임고문단과도 접촉했다고 한다.
최근 들어 이 후보는 수시로 강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구하는 등 강 대표와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태희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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