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훌륭한 합의도 실천되지 않으면 빈 종잇장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14일 오전 고려항공 전세기 편으로 김포공항에 내린 김영일 내각 총리는 서면 성명을 통한 도착 일성에서부터 10ㆍ4 남북정상선언 이행 합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덕수 총리도 이날 오전 기자실을 방문, "정상선언의 구체적 이행스케줄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이날 오후 열린 1차 회담에서도 이어졌다. 남북회담에서 으레 벌어지는 기 싸움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남북 수석대표의 기조연설도 거의 닮은 꼴이었다.
김 내각총리는 정상선언의 핵심 사항인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와 관련, "경제적 이익은 물론 쌍방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보장에도 크게 기여할 사업"이라며 "평화번영시대의 상징적 사업으로 남북 공동의 이익에 부합되게 실현해 나가자"는 입장을 피력했다. 남측은 이 사업에 대한 세부계획과 남북관계 발전에 미칠 영향 등을 남북회담 사상 처음으로 파워포인트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내각총리는 '상호존중과 신뢰회복ㆍ통일지향적 법ㆍ제도 정비'에 우선 순위를 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의 국가보안법 폐지를 겨냥한 것이다.
회담에 앞서 남북의 총리는 호텔 접견실에서 한 총리와 첫 인사를 나눈 뒤 5분간 가벼운 환담을 나누면서 서먹한 분위기를 지웠다.
한 총리는 "회담장 인근 양수리에 실학의 거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가 있다"며 "총리회담이 여기서 열리는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언급, 회담에 앞서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을 강조했다. 이에 김 내각총리도 "우리 장군님께서 모든 일이 잘 진행되도록 길을 열어줬으니까 잘 해보자"고 답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