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이 뽑은 최고의 시구(詩句)에 가장 많이 선정된 시인은 누구일까.
시 전문 계간지 <시인세계> 가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109명의 시인들에게 ‘벼락치듯 나를 전율시킨 최고의 시구’ 선정을 의뢰, 2007년 겨울호에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김수영(14명), 서정주(9명), 정지용(7명), 이상, 백석(이상 6명), 윤동주, 김종삼(이상 5명), 김소월, 한용운, 이성복(이상 4명)이 ‘10대 시인’에 꼽혔다. 시인세계>
김종삼, 이성복 시인을 제외한다면, 한국일보와 한국시인협회가 한국 현대시 100년을 맞아 지난달 14일 선정ㆍ발표한 10대 시인 명단과 고스란히 겹친다.
응답 시인 중 약 60%(64명)의 ‘시심’이 상위 10명에게 쏠렸지만, 개별 작품으로 따지면 52편이 선정돼 시인마다 감동의 원천이 제각각임을 보여줬다.
김수영 시는 천양희, 강은교씨 등 중진부터 장석원, 강정씨 등 신진까지 고른 지지를 받았다. 나희덕씨는 <사랑의 변주곡> 중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란 구절을 최고의 시구로 꼽으며 “욕망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않고서는 사랑을 발견할 수 없다는 김수영의 전언은 폭력적 질서에 갇혀 있는 나의 시들을 화들짝 깨운다”고 썼다. 사랑의>
강정씨는 <헬리콥터> 의 도입부를 지목하며 “시인에게 정작 두려운 건 자유의 결핍이 아니라 자유의 완성임을 김수영은 일러준다”고 썼다. 헬리콥터>
서정주, 정지용은 상대적으로 중진 시인들의 ‘러브콜’을 많이 받았다. 이근배씨는 서정주의 <기인 여행가> 중 ‘나는 지낸 밤 꿈 속의 내 눈썹이 무거워 그걸로 여기 한 채의 절간을 지어 두고 가려 하느니’를 두고 “첩첩한 미당 시의 산맥에서 신들린 듯이 쏟아내는 낱말 하나 시구 하나에 내가 가진 말들은 삽시간에 꼬리를 감춘다”며 찬탄했다. 정지용의 <홍역> 을 고른 오탁번씨는 “현대시를 전공하며 맞닥뜨린 시인이 정지용”이라며 “벼락치듯 섬광을 일으키는 언어의 막강한 힘은 내 운명의 바늘을 홱 돌려놓고는 무명 저편에 숨어 ‘용용 죽겠지’ 나를 울린다”고 썼다. 홍역> 기인>
이상은 길상호, 김이듬, 김참, 정재학 등 70년대생 젊은 시인들이, 백석은 최영철, 박주택, 안도현, 이병률 등 50, 60년대생 중견 시인들이 선호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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