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3당 대표가 13일 삼성 비자금 등 의혹 사건과 관련한 특별검사제 도입에 합의함에 따라 검찰이 기존 고발 사건의 수사 속도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검찰은 1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고발한 삼성 비자금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오광수)에 배당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검찰 수뇌부에 떡값을 전달한 삼성 인사로 지목된 이우희 전 삼성에스원 사장과 제진훈 제일모직 사장이 13일 김용철(49) 변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도 특수2부에 추가 배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고소ㆍ고발이 이어지고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검찰은 수사를 더디게 진행할 수 없는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다. 김 변호사 등에게 ‘떡값 검사’ 명단 제출을 요구하며 수사를 미루고 있다는 오해까지 받고 있는 검찰로서는 특검 도입을 핑계로 마냥 손을 놓고만 있을 수 없다. 특검 도입이 확정돼 수사팀이 꾸려지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부분도 검찰로서는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원칙을 앞세워 수사하기도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일정 시점에는 수사를 중단하고 중간 수사결과를 고스란히 특검팀에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수사에 속도를 내 1차 매듭을 짓는다 해도 향후 특검 수사결과와 비교해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검찰이 김 변호사의 ‘떡값 검사’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했다가 특검으로 뒤집힐 경우 검찰로서는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고약한 상황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 검사들은 한숨을 쉬며 현 상황을 ‘진퇴양난’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검찰 수뇌부는 이날 특검 추진 소식을 전해 듣자 수사를 어느 선까지 얼마나 강도 높게 할 지 의견 교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떡값 검사’ 수사 같은 민감한 사안과 저인망식 압수수색을 통한 ‘판’키우기식 수사는 가능한 배제한 채 당분간 고소ㆍ고발인 조사 등 통상적 절차에 따른 기초 수사에 치중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