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재임하다 6월 퇴임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풍자한 연극이 그의 모교에서 절찬리에 상연되고 있다.
블레어 총리가 1966년부터 71년까지 다닌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명문 사립 고교 페티스 칼리지는 요즘 그와 고든 브라운 총리의 관계 등을 코믹하게 그린 연극 <더 위치 블레어 프로젝트(the which blair project)> 를 학교 무대에 올려 관객의 폭소를 자아내고 있다. 더>
이 학교 교사 데이비드 맥도웰이 희곡을 쓴 이 연극은 막이 오르면 어른 블레어가 등장해 관객에게 자기 소개를 하면서 시작된다. 블레어가 정치인으로서 화려한 업적을 장황하게 열거하지만 곧 분쟁과 테러공격 등의 장면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레어는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한 태도를 보이다가 “학교에서 내게 경쟁심을 느끼는 동급생 고든 브라운을 만났다. 그의 지루하고 촌스러운 학창 시절을 보여 주겠다”고 말한다. 바로 그 순간 10대의 브라운이 나타난다.
블레어 밑에서 10년간 재무장관을 지낸 브라운은 구내 매점의 매상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약간 모자란 듯한 소년으로 등장한다. 블레어는 “내가 학생회장이 되면 6개월 뒤 너에게 그 자리를 물려 줄게. 고든, 나는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이야. 모두 나를 신뢰하고 있어”라며 학생회장이 될 수 있게 지지해달라고 부탁한다.
사실 블레어와 브라운의 정치적 애증 관계는 책과 기사 등으로 수없이 소개됐는데 두 사람은 83년 처음 의원이 됐을 때만해도 둘도 없는 친구였다. 게다가 94년 존 스미스 노동당 당수가 사망하자 이 연극에서처럼 브라운이 블레어의 당수 선출을 도우면 노동당이 정권을 탈환했을 때 블레어가 브라운에게 당수 직을 넘기겠다고 약속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약속의 진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당수 직도 브라운에게 넘어가지 않았다. 이후 브라운이 배신 당했다는 의심을 가졌으며 친구 사이인 둘의 관계도 급속도로 악화했다. 블레어도 18일 방송 예정인 BBC 다큐멘터리에서 브라운과 한동안 험악한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무대에서 블레어는 근거가 불확실한데도 불구하고 느닷없이 인근 학교에 대해 “지구를 파괴할 수 있는 레이저 광선을 갖고 있다”며 학생들을 선동하고 난입한다. 블레어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미국과 함께 이라크 침공을 감행한 사실을 꼬집는 것이다.
연극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학습 장애를 가진 미국 학생으로 우정출연한다. 부시는 악의적이기 보다는 장난기 많은 캐릭터로 그려진다.
대본을 쓴 맥도웰 교사는 “악의에서 쓴 것이 아니며 유머를 담은 조크에 불과하다”며 연극을 있는 그대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관객들은 실제 상황과 비교하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고 영국 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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