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해외 사업부에 근무하는 이모 과장의 홍콩 출장. 그에게 휴대폰은 출장 과정에서 부딪치는 각종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만능 비서와 마찬가지다.
예전 같으면 호텔 체크인을 하고 카드키를 받아야만 방을 드나들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휴대폰 안에 체크인 정보가 삽입돼 있어 출입 카드 기능을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호텔과 제휴돼 있는 멤버십 카드 기능이 휴대폰에 저장돼 있어 생각지도 않았던 할인 혜택은 덤으로 따라온다. 점심 때 만난 바이어와의 식사 비용 또한 휴대폰으로 간단히 해결한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공항 면세점에 들러 아내에게 줄 선물을 고를 때도 혼자가 아니다. 영상전화를 통해 아내와 의견을 주고 받는 건 한국에서 장을 보거나 쇼핑할 때 하던 모습 그대로이다.
이상의 사례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대가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
KTF는 13일 마카오에서 열린 '모바일 아시아 콩그레스'에서 GSM협회가 추진 중인 근거리 무선통신(NFC) 및 범용가입자식별모듈(USIM) 기반의 글로벌 모바일 결제를 성공적으로 시연해 보였다.
GSM협회의 모바일 결제 프로젝트에는 총 13억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전 세계 35개 이동통신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휴대폰에 탑재된 USIM 카드에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기능을 부여하고, NFC 방식으로 전 세계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게 목표이다.
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하고 주도해온 KTF는 올해 9월 사업모델 개발을 완료한 뒤 지난 달 마스터카드 및 신한카드 등과 함께 국내 최초로 'NFC-USIM' 방식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KTF는 또 미국과 대만에서도 글로벌 결제 로밍을 선보였다. 모바일 아시아 콩그레스에서 시연에 사용된 단말기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으로, KTF 측은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모바일 결제 상용화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KTF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으로 미국 AT&T와 프랑스 오렌지, 대만 FET 등 12개 이동통신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시범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대만 FET는 내년 상반기에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GSM 협회가 최근 세계 17개국 2,574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66%가 모바일 결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KTF는 영상통화가 원활한 3세대 휴대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신용카드의 30%를 모바일 결제로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영주 KTF 사장은 "KTF가 세계 최초로 글로벌 결제 로밍에 성공해 자랑스럽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 커뮤니케이션 기능 이상의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카오=허재경 기자 rick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