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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IMF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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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IMF 10년

입력
2007.11.22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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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폭동 26개월 최고치'. 정확히 10년 전 오늘 한국일보 1면 머릿기사는 이 제목으로 혼란에 빠진 금융시장 상황을 긴박하게 전했다.

외환보유액이 바닥 나고 해외차입까지 중단된 가운데 국내 자금 흐름마저 막혀 버리는 국가부도 위기가 밀어닥치고 있었다. 그 밑에는 금융 감독기구의 통합 등을 담은 금융개혁법안 처리가 국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는 별도 기사가 있다.

또 사회면에는 감독기구 통합에 반발해 한은ㆍ은행감독원ㆍ증권감독원 직원들이 농성 중이라는 기사도 등장한다. 이렇게 우왕좌왕하며 한국경제는 위기로 빠져들었고, 21일 한밤중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을 발표한다.

▦10년이 흐른 지금 과거의 상처는 외견상 다 사라졌다. 나라 금고에는 2,600억 달러가 넘는 외화가 쌓여 있고, 주가 2,000 포인트 및 수출 3,000억 달러 돌파라는 신기록도 세웠다.

10년 전과 비교해 절반으로 줄어든 금융기관은 대형화와 함께 수익성이 현저하게 개선됐고, 4대 그룹 부채비율은 473%에서 98%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중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도 확실시된다. 이 과정에는 168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수많은 국민들의 고통과 눈물이 스며 있음은 물론이다.

▦그 사이 잃어버린 소중한 사회적 자산도 많다. 한국경제 특유의 역동성 상실은 그 첫 번째다. 기업가들이 '야수적 본능'을 잃어가고, 투자보다 배당을 중시하는 주주자본주의가 자리잡으면서 성장동력이 식어간다. 민간을 독려하며 성장을 이끌었던 공직 사회의 활력도 사라진 지 오래다.

평생직장이 상징하는 고용의 안전성은 아련한 추억일 뿐이다. 청년실업률이 7~8% 선에서 고착되고, 고용불안과 차별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숫자가 580만 명을 넘어섰다. 사회를 튼튼하게 받쳐주는 허리 역할을 하던 중산층은 거센 양극화 바람에 허물어지고 있다.

▦외환위기 극복에는 외국인 투자의 공이 지대했지만, 그 대가로 국내 시장과 경제의 주도권을 내어주어야 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은 외국인 손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론스타 같은 투기적 자본이 조 단위의 돈을 벌어도 세금 한 푼 못 받는 수모도 당했다. 개방과 글로벌화에 적응하는 수업료라고 하기에는 그 후유증이 너무 크다.

'넛 크래커'는 외환위기 직전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 낀 한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가리키는 말로 유행했다. 그 상황은 '샌드위치 신세'로 표현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똑같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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