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8일부터 14일까지의 일주일은 베토벤 탐험에 바쳐보자. 거칠고 험한 산이지만, 백건우라는 충실한 안내자가 있기에 선뜻 몸을 맡겨도 좋을 것 같다.
세계적 음반 레이블 데카를 통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녹음해온 피아니스트 백건우(61)가 3년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2005년 중기(16~26번), 2006년 초기 소나타(1~15번)를 담은 데 이어 이달 말 후기 소나타(27~32번)를 담은 마지막 음반이 나온다. 그리고 다음달에는 이를 기념하는 거대한 연주회를 연다.
연속 7일동안, 총 8회에 걸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32곡의 소나타를 모두 연주하는 것. 일요일인 9일에는 2회의 공연을 소화한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쉬지 않고 연속으로 완주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엄청난 도전이다.
중국 광저우 공연에 앞서 한국에 들른 백건우는 “이번 공연은 미지의 세계이기에 나도 긴장되고 기대되고 궁금하다. 무척 흥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음악의 흐름이 중단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하루에 2시간 집중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걸 일주일 내내 해야 하니 관객들도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베토벤의 생애 전체를 큰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백건우는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린다. 30여년 전부터 라벨, 리스트, 프로코피예프, 라흐마니노프 등 각 작곡가의 피아노 작품 전부를 순례하듯 연주해왔다. 그는 “매번 전곡 연주의 이유가 달랐다”면서 “베토벤의 경우 그의 삶이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건우는 옆 자리에 앉아있던 후배 피아니스트 김주영의 팔을 덥썩 잡더니 “이렇게 가까이에서 베토벤을 들여다보고 또 만져보고 싶었다”고 했다. “사진이라면 클로즈업 사진 같은 것이죠. 200년 전이 아니라 지금 현재 살아 숨쉬는 베토벤을 그리려고 했습니다. 베토벤의 작품 속에는 어린아이 같은 순진함, 여성스러움, 유머, 폭풍 같은 격정까지 모든 것이 들어있어요.”
만족을 모를 것 같은 그이지만, 이번 음반에 대해서는 뜻밖에 “편안하고, 만족한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담긴 것은 완성으로 가는 과정의 한 순간일 뿐이니까요. 연주와 작품은 늘 변하는 것이고, 그러기에 살아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백건우는 큰 도전을 앞두고도 후배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놓지 않고 있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런던 필 협연 소식을 궁금해했고, 최근 그가 살고 있는 파리에서 열린 롱티보 콩쿠르 때는 결선 연주회를 찾아 한국 연주자들의 모습을 지켜봤다고 했다. “김준희와 김태형이 정말 잘하더군요. 한국인의 음악성이 뛰어나다는 걸 실감했어요. 준희는 1위와 1표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안타까웠지만 아직 어리니까 2위가 더 큰 의미가 있을 겁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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