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썰렁 유머’가 캠프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깐깐한 원칙주의자 이미지를 털고 ‘부드러운 대쪽’으로 변신 중이라지만 그의 유머는 오랜 측근들도 놀랄 정도로 격의 없다. 특히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농담에 빗대는 경우가 많다. 한 기자가 구국 대장정 첫날인 12일 “호텔이 아닌 장급 모텔에서 숙박하는 이유”를 물었다.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돈이 없어서….”
이 전 총재 선대기구는 사돈 소유 건물에 ‘사실상 공짜로’ 입주해 있다. 이에 대해선 “입주자들이 시끄럽다고 불평하면 쫓겨나게 생겼다”고 우스개를 했고, 지지자들 앞에서 선거 구호를 선창할 때는 “워낙 급하니까 이런 것도 직접 한다”고 했다.
작은 키(163㎝)도 단골 소재다. 최근 책상 위에 올라가서 연설을 한 이유에 대해선 “워낙 키가 작지 않나.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아니냐”며 웃었고, 12일 출정식 땐 높은 연단을 가리키며 “내가 작으니 높은 데 올려 놓으려고 한다”고 해 웃음바다가 됐다. 기자들에게 “내가 잠을 좀 더 잘 자면 더 미남이 됐을 것”이라고도 했다.
13일 대구에서 계란 봉변을 당했을 때도 “앞으로는 피하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계란 마사지를 하고 왔다”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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