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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마피아 10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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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마피아 10계명

입력
2007.11.22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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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에서 폼페이로 가는 길이었다. 버스에서 젊은 안내원이 농담을 했다. "저쪽 길로 계속 더 내려가면, 여러 형님의 친구 분 고향입니다." "거기가 어딘데요?" "시실리섬입니다." 한 바탕 웃음이 터졌고, 순간 공연히 으쓱한 기분도 들었다.

영화 <시실리안> 과 <대부> 로도 유명한 마피아의 고향인 시실리섬…. 마피아라는 말에는 남성적이고도 스산한 이미지가 뒤따른다. 미국 내 각종 범죄와 총, 배반과 복수, 조직의 쓰라림, 경찰과의 총격전 등 어두운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 마피아라는 말은 확산되고 진화한다. 미국 마피아 조직은 쇠퇴한 반면, 러시아 마피아는 창궐하고 있다. 러시아 마피아는 1990년대 개혁개방 물결을 타고 급속히 세력을 불렸다. 고위관료와 경찰간부, 정치인과도 손잡은 이들은 조직원이 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시실리 출신 마피아, 홍콩의 삼합회, 일본의 야쿠자를 누르고 세계 암흑가를 주름잡고 있다고 한다. 마피아라는 말은 미국 언론에서 정치용어로도 쓰이고 있다. 대통령의 참모역할, 정치 컨설팅을 하는 집단을 가리킨다.

▦ 조직 내의 유별난 배타성과 결집력, 충성심 등이 그런 명칭을 불러왔을 듯하다. 민주당 카터 행정부 때의 조지아 마피아, 공화당 레이건 시절의 캘리포니아 마피아, 다시 민주당 클린턴 때의 아칸소 마피아 등이다.

이들은 대선에 승리한 후 정부에 참여하여 요직을 맡다가 대통령 퇴진과 함께 물러나는 전통을 보여 왔다. 최근 미국 갱 마피아 단원이 지켜야 할 '권리와 의무'라는 이름의 '10계명'이 발견돼서 화제가 되고 있다.

▦ 10계명은 '우리 동료에게 자신을 직접 소개해서는 안 되고, 제3자가 소개해야 한다' '동료의 아내를 넘보지 말라' '절대로 약속을 어겨서는 안 된다' '아내는 존경심으로 대해야 한다' '돈이 다른 가족 소유라면 횡령해서는 안 된다' 등 구체적이고 소박하지만, 인간적이고 절실한 계율이며 원칙들이다.

마지막 계명은 '경찰에 친척이 있거나, 가족 내에 배반하는 친척이 있거나, 도덕적 가치들을 견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마피아단원이 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범죄조직에도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정언명령이 있다는 점이, 우리의 부박한 대선 세태를 돌아보게 한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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