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가 될 것인가, 시라크가 될 것인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공공 노조의 대규모 파업으로 집권 6개월만에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
AFP 통신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공공 개혁을 밀어붙이는 역사적인 결전의 순간을 맞이했다”며 이를 1970년대말, 80년대초 ‘영국병’이 한창 기승을 부릴 무렵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의 ‘대처 모먼트(Thatcher moment)’와 유사하다고 전했다.
프랑스 노동단체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추진하는 공공부문 개혁에 항의, 13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특히 이번 파업은 전철과 기차 등 대중교통에 국한해 한시적으로 단행됐던 지난달 파업과 달리, 교사ㆍ학생ㆍ법률가 등 사회 각 부문 공공노조가 가세해 파장이 훨씬 크다.
13일 프랑스 국영철도공사와 파리교통공사 등의 노조를 시작으로 14일 파리 지하철 노조와 전력노조, 20일 공무원ㆍ 교사ㆍ우체국 노조 등이 파업에 참여하고 29일에는 판사ㆍ공무원 등 법원 노조가 가세한다.
대학 개혁안에 반발해온 전국대학생연합은 공공노조와의 연대를 위해 13일부터 기차역을 봉쇄하는 등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전역에 교통 마비 등 일대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80년대 초 노조의 거센 반발 속에서 공공개혁을 밀어붙였던 대처 영국 총리를 연상시킨다. 작가 에릭 브루넷은 “대처의 개혁이 거센 반발에 부닥쳤지만, 그는 인기가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는 용기를 가졌다”면서 “문제는 사르코지가 그런 용기가 있느냐”라고 말했다.
대규모 파업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용감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연금개혁안, 공무원 감축, 법원 감축 조치가 직접적 발단이다.
가장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 연금개혁안은 교통ㆍ에너지 부문 종사자의 연금납입기간을 일반 직종(40년)보다 짧은 37.5년으로 해 주던 특혜를 폐지한다는 게 내용이다. 1995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연금 개혁을 시도하다 3주 동안 계속된 노조의 파업과 시위에 굴복해 철회했을 정도로 노조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공공개혁’을 천명하며 당선된 사르코지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처럼 파업에 밀리면 리더십 자체가 타격을 입기 때문에 이번 힘겨루기는 그의 집권 기간 전체를 가르는 승부처인 셈이다.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정부는 이번 싸움에 한 치의 두려움도 없다”면서 집권 여당 당원들에게 “안전벨트를 단단히 메라”고 결의를 다졌다.
공공개혁에 반대하는 경향이 강했던 여론도 이번에는 사르코지 편이다. 12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55%가 이번 파업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답했다. 특혜를 누려온 공공노조에 대한 반감이 그만큼 큰 것이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해 교통마비 등 시민들의 불편이 계속될 경우 국민 불만이 어디로 튈 지 장담하기 어렵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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