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또다른 시작입니다.”
강기훈(43)씨는 12일 오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가 끝났을지 모르지만 (이번 결과와 상관없이) 아직 밝혀내지 못한 게 많다”고 말했다.
자신의 결백은 명명백백히 밝혀졌지만, 서슬 퍼렇던 공안 정국이 ‘유서를 대필했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각본으로 한 젊은이의 인생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그 전모를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씨는 “아직 공식 발표가 나지 않았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과가 발표되는 대로 대책위원회를 꾸려 앞으로 할 일에 관해 함께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의 투옥으로 강씨 자신은 물론 다른 식구들도 힘겨운 세월을 보내야 했다. 강씨는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은 채 다만 “풍비박산이 났었다”고 짧게 말했다. 한때 정보기술(IT) 관련 벤처회사에 다니기도 했지만 회사 경영 상태가 악화하면서 문을 닫은 뒤 실업급여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에게 평생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이들은 한둘이 아니다. 그를 ‘자살 방조자’로 규정한 경찰과 검찰은 물론이고,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는 그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은 법원도 예외는 아니다.
좀 더 넓게 보면 ‘유서 대필 사건’을 통해 난국을 타개하려 했던 당시 노태우 정권과 “죽음을 부추기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며 공안정국 조성에 기름을 부은 박 홍 당시 서강대 총장도 이 범주에 해당할 수 있다.
강씨는 “(그들이) 과거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으려 한다면, 응당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할 지는 좀 더 생각을 해 보겠다”고 말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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