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1의 재계단체 니혼게이단렌(日本經團連)이 정치자금 차등 분배를 전제로 일본 정당에 대한 정책평가 결과를 발표하자 편파 시비가 일고 있다.
게이단렌이 표면적으로는 객관적인 정당 평가를 토대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정치자금을 분배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으나 실제로는 자민당에 편파적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게이단렌은 최근 여당인 자민당과 야당인 민주당에 대해 세금ㆍ재정개혁, 사회보장, 교육, 에너지ㆍ환경, 통상, 외교, 고용 등 10개 정책 항목을 각각 A~E 5등급으로 나눠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8월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정치 환경 변화로 3개월이나 미룬 지각 발표였다.
이 평가에서 자민당은 최고점인 A를 9개나 받는 등 우수한 성적을 거뒀으나 민주당은 C와 D가 즐비한 낙제 점수를 받았다. 이 성적대로라면 자민당에 일방적인 자금이 제공될 것은 뻔한 이치.
그러나 게이단렌 내부에서조차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평가가 편파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게이단렌의 공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실제로 게이단렌은 일본 전후 보수세력의 보루로서 자민당의 금고 역할을 해왔으나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야당에도 적절하게 정치자금을 분배해야 필요성이 커졌다. 민주당 집권시 게이단렌이 괘씸죄에 걸리지 않으려면 양다리를 걸쳐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자민당이 가만있지 않았다. 자민당 간부들이 일제히 나서 게이단렌에 압력을 가했고 급기야 10월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 자민당 간사장이 직접 나서 문제 삼기도 했다.
결국 게이단렌은 3개월이나 정책평가 발표를 미루면서 눈치보기를 해오다 최근 민주당이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의 자민당 야합설로 내분을 겪는 등 정치적 입지가 약해지가 양다리 작전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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