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 / 열린책들움베르토 에코가 설파한 '진실' 만을 말하는 방법
에코(75)는 가벼운 듯 무겁게, 유쾌한 듯 씁쓸하게 현대문명을 비판한 짧은글들의 모음인 이 책에서, 거짓말이 판을 치는 세상을 살며 ‘진실을,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는 방법’을 설파한다.
“아주 어릴 적부터 특수한 학교에서 준비교육을 시켜야 할 것이다. 예컨대 이런 식의 명제를 꾸미면서 논리 훈련을 하는 학교에서 말이다. ‘모든 동물은 동물이다’ ‘오늘 날씨는 비가 내리거나 내리지 않는다’ ‘만일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등등.”
진실화해위가 1991년 5월 이른바 ‘분신정국’에서 발생한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을 대필이 아니라고 16년 만에 결론지었다고 한다. 11명이 분신하는 등 13명이 사망했던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그때 사건기자로 현장을 오가던 일을 생각하며, 그리고 “여전히 밝혀내지 못한 진실이 더 많다”(강기훈) “난센스”(당시 수사담당자들)라는 상반된 반응을 보며, ‘진실’이란 단어와 한국사회에 하 허탈한 심정이 들어, 에코의 이 책을 들춰봤다.
에코의 우스개나 더 듣자. 이번에는 ‘어떻게 지내십니까 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이다.
히포크라테스: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최고지요.
데카르트: 잘 지냅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비발디: 계절에 따라 다르지요.
칸트: 비판적인 질문이군요.
다윈: 사람은 적응하게 마련이지요.
카프카: 벌레가 된 기분입니다.
드라큘라: 피 봤습니다.
레닌: 4월에 뭘 할까 고민 중입니다.
프로이트: 당신은요?
카뮈: 부조리한 질문이군요.
예수: 다시 살아났습니다.
아인슈타인: 상대적으로 잘 지냅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다빈치: 그저 뜻이 분명치 않은 묘한 미소를 지을 뿐이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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