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사의 단체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16일로 예정된 철도노조의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철도노조와 동시 파업을 진행키로 한 화물연대 본부도 건설교통부와의 협상이 진척을 보지 못해 물류ㆍ교통 대란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노사 기자회견 공방
철도노사는 1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각각 30분 간격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잇단 협상 결렬에 대한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등 서로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기자회견장 분위기는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를 보는 것처럼 아슬아슬했다. 오전 11시 19층에서 기자회견을 한 이 철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철도노조가 요구하는 구조조정 철회, 해고자 복직 등은 근로조건 개선과는 무관한 것들”이라며 “노조가 불법 파업을 강행한다면 파업 주동자 뿐만 아니라 파업에 참가한 모든 노조원 개인에게도 징계나 민형사상 소송 등으로 응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30분 뒤 한 층 아래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엄길용 철도노조 위원장은 “사측은 노조 탄압에만 정신을 팔 것이 아니라 성실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한 뒤 “사측이 불성실하게 교섭에 임한다면 예정대로 파업에 돌입해 열차를 멈춰 세워 분노한 노조원들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파업 들어갈까
현 상황이라면 철도노조는 예정대로 16일 새벽 4시부터 파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 쟁점에 대한 철도노사의 이견이 워낙 커 접점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여러 쟁점에 대해 노조와 너무나 현격한 차이가 있어 수 십개의 안건 중 한두 개도 근접시키기가 힘들어 정말 암담하다”며 “협상 타결을 기대한다는 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엄 위원장은 “해고자 복직 문제 등 현재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는 주요 쟁점들은 대부분 사측이 노사간 합의를 일방적으로 위반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인데도, 사측은 오히려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식으로 노조를 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철도노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사옥에서 본교섭을 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등 진통을 거듭했다.
파업의 위력은
철도노조가 16일 파업에 들어가면 2002년 첫 파업 이후 네 번째 파업이 된다. 이번 파업의 위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노동계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전 파업에선 노조원들의 파업 찬성률이 70% 안팎을 기록하며 지도부에 파업을 이끌어갈 힘을 실어준 반면, 이번에는 재적 조합원 중 불과 53%만 파업에 찬성표를 던졌다.
파업의 동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이다. 노조가 해고자 복직과 구조조정 철회 등 조합원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정치적 요구사항을 들고 나온 것이 주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그렇게 호락호락한 파업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철도파업의 핵심인 기관사들이 파업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기관사들은 코레일이 진행하고 있는 1인 승무제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1인 승무제는 현재 2명의 기관사가 운행하는 열차를 신형으로 바꿔 1명의 기관사가 운전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한국진보연대 등 사회운동단체들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화물철도 지원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화물연대와 철도노조의 연대투쟁을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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