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독자개발해 세계 표준기술로 채택된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의 세계화에 빨간 불이 켜졌다. 해외 업체 중 가장 큰 규모로 와이브로 사업을 추진중인 미국 스프린트넥스텔의 사업 계획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와이브로는 교통 수단을 이용해 시속 100㎞ 이상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휴대기기로 20Mbps의 고속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3세대 이통 기술이다.
12일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스프린트넥스텔이 클리어와이어사와 맺은 모바일 와이맥스(와이브로의 미국 명칭) 제휴를 중단하고 관련 사업 계획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클리어와이어사는 와이브로 망 구축을 담당하는 업체다. 망을 구축할 수 없다면 서비스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와이브로 세계화를 추구하는 삼성전자 등 관련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제휴 파기는 와이브로 망 구축 등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와이브로 사업을 적극 추진한 게리 포시 스프린트넥스텔 사장이 최근 사임한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스프린트넥스텔은 와이브로에 대한 투자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이달 초 파이낸셜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폴 살레 스프린트넥스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말을 인용해 스트린트넥스텔이 와이브로 투자비를 올해 72억달러에서 60억달러대로 줄이고 내년 서비스 시기를 더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스프린트넥스텔은 내년 4월까지 워싱턴, 보스턴, 볼티모어 등 주요 도시에 8,000여개 와이브로 기지국을 구축하고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가 세세한 사업계획 발표를 내년 초로 미뤘기 때문에 서비스 시기도 늦춰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와이브로 글로벌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스프린트넥스텔, 인텔, 모토로라와 함께 내년에 미국에서만 1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2010년까지 미국 전역에 와이브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해외 시장 중 가장 큰 미국이 흔들리면 다른 국가와 진행중인 사업도 영향을 받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일본, 이탈리아 등 22개국 35개 업체와 와이브로 사업을 진행중이다.
업계에서는 스프린트넥스텔이 투자비용을 줄이기 위해 구글과 함께 와이브로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구글이 참여할 경우 삼성전자의 입지는 줄어들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대해 "스프린트넥스텔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장비 공급 물량 등 스프린트넥스텔과 계약한 내용에 차질은 없을 것 같지만 미국 내 전국 서비스 시기 등 보급 속도는 조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미 미국내 내년 4월 서비스를 위한 와이브로 장비가 스프린트넥스텔에 공급돼 망을 구축하는 상황이어서 당장은 문제 없다"며 "연내 모토로라와 함께 퍼스트콜(첫번째 시험통화)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 와이브로
와이어리스 브로드밴드(Wireless Broadband-Internet)의 약자로 교통 수단을 이용해 이동하면서도 휴대용 기기로 접속할 수 있는 무선 인터넷을 말한다. 휴대인터넷으로 부르기도 한다.
음성통신용 휴대폰보다 3~4배 이상 빠른 속도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점이 장점. 국내에서는 KT와 SK텔레콤이 서울 전지역 및 수도권 일대에서 제공하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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