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에 수선을 맡긴 바지를 놓고 바지 주인과 세탁소 주인이 1년 여에 걸쳐 ‘결코 웃을 수 없는’ 법정 다툼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정모(32)씨는 서울 강동구의 한 세탁소에 “길이와 통을 줄여달라”며 흰색 바지를 맡겼다. 세탁소 주인 양모씨는 잘라낼 부분을 검은색 펜으로 표시한 뒤 주문대로 바지를 수선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정씨가 수선한 바지를 찾아와 집에서 물 세탁을 했는데, 바지에 남아 있던 검은색 펜의 잉크가 흰색 바지에 번져 도저히 입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화가 난 정씨는 양씨를 상대로 “바지 가격 29만2,000원을 물어내라”며 소송을 냈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세탁소 주인 양씨는 25만원을 물어주면서 소송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양씨는 이후 실제 바지 값 22만8,000원보다 더 많이 배상하게 된 것을 알게 됐다.
양씨는 정씨에게 “바지 시가보다 많은 돈을 배상했으니 잉크가 번진 바지라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정씨는 “이미 버렸다”고 버텼다. 결국 양씨는 “그러면 못입게 된 바지는 내 소유인 만큼 실제 바지 값 22만8,000원을 돌려 달라”며 오히려 정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부(부장 박윤창)는 14일 양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가 바지 시가 상당액을 배상했기 때문에 피고는 바지를 돌려줄 의무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잉크가 번진 범위, 바지의 색상 등을 감안할 때 당시 바지의 재산상 가치는 0원”이라며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종한기자 te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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