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烏飛梨落)는 속담이 있습니다. 최근 하나로텔레콤 인수협상전에 참여를 검토중인 SK텔레콤을 보면 이 말이 떠오릅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5일에 올해 3분기 실적발표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컨퍼런스콜을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SK텔레콤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하성민 전무는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관심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그 이유로 “유선통신 사업의 필요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불과 열흘 남짓 지나서 완전히 뒤집힙니다. SK텔레콤은 9일에 코스피 공시를 통해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검토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도 이날 한국경쟁력연구원 조찬 포럼에서 하나로텔레콤 인수 의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관심을 안갖는게 오히려 이상한게 아니냐”며 반문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SK텔레콤이 컨퍼런스콜 등에서 보인 행동들의 진정성이 의심스럽습니다. 컨퍼런스콜은 대중이 아닌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진행하는 비공개 행사이기 때문에 공시처럼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컨퍼런스콜 내용을 토대로 투자자들이 투자에 참고할 기업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이를 감안하면 SK텔레콤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투자자를 오도한 셈입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컨퍼런스콜 발언은 법적 책임은 없지만 기업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며 “이렇게 되면 기업의 도덕성이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SK텔레콤은 컨퍼런스콜 이후 열흘 사이에 갑작스럽게 일어난 변화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로부터 인수 제의를 받은 것이 컨퍼런스콜 직후인 지난달 말~이달 초인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상황 변화 또한 납득이 안갑니다. 동네 구멍가게 인수하는 것도 아니고, 1조원이라는 거금이 들어가는 ‘빅 딜’을 불과 열흘 만에 결정한다?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설령 SK텔레콤 주장대로 급격한 상황변화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면 이또한 즉흥적인 경영인 만큼 투자자들과 고객을 불안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SK텔레콤이 컨퍼런스콜에서 도덕성을 저버리고 거짓을 이야기 한 것인지, 실제로 급격한 상황변화인지는 단언하기 힘듭니다.
다만 지난달 11일 이후 내내 하락하던 SK텔레콤 주가는 컨퍼런스콜 직후인 지난달 26일부터 하나로텔레콤 인수 검토를 공시한 이달 9일까지 11거래일 동안 3일을 제외하고는 내내 올랐습니다.
특히 시장에 인수 검토가 알려지기 전인 6일부터 8일까지 사흘동안 주가는 약 12% 집중 상승했습니다. 컨퍼런스콜 발언을 뛰어넘는 투자자들의 예측인지, 사전 정보를 알았던 세력들의 움직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 믿고 싶은데, 정말 그럴까요?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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