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문화예술정책위원장 직을 맡아 ‘현직 총장의 정치권 줄대기’ 논란을 일으켰던 박범훈 중앙대 총장에 대해 이 학교 교수협의회가 신임투표를 실시한 결과, 절반이 넘는 교수들이 ‘신임’쪽에 표를 던졌다. 이로써 박 총장은 자신에 대한 해임 건의안이 교수들에 의해 법인 이사회에 상정되는 사태를 모면하게 됐다.
중앙대는 전체 교수 806명을 대상으로 3~9일 이메일 투표를 실시한 결과 총 투표자 421명 중 231명(55.5%)이 ‘신임’쪽에 투표했다고 13일 밝혔다. ‘불신임’에 표를 던진 교수는 185명(44.5%)이었고, 5명은 무응답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실시된 교수 설문조사에서는 박 총장이 책임을 지고 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터였다. 교수협의회는 “박 총장이 공인 신분임에도 특정 정당에 참여한데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지난달 16~22일 소속 교수 200여명을 대상으로 총장직 사임 찬반 설문조사를 한 결과 ‘찬성’(44.8%)이 ‘반대’(29.2%)보다 훨씬 많았다.
이 때문에 중앙대는 전체 교수 대상 투표결과를 놓고 다시 한번 들끓고 있다. 이번 투표에서 ‘총장직과 정당 정책위원장, 두 직책 모두를 가져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두 직책 모두 고수해도 상관없다’는 대답을 한 교수가 40.1%나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중앙대의 한 교수는 “도대체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며 개탄했다.
교수협의회도 “각종 평가와 국고 지원 사업에서 연이어 쓴 실패를 해 온 학교 안팎의 상황에 비춰볼 때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박 총장을 신임한다는 표가 많긴 했지만 응답자의 60%가 ‘정책위원장 또는 총장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했으므로 이번 결과는 ‘조건부 신임’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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