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비자금 특검이 대선 정국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3당이 '삼성그룹 불법 비자금 조성 및 뇌물제공 특검법안'을 14일 제출한 데 이어 한나라당도 15일 독자법안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의 별도 법안 제출은 정치권이 삼성 비자금 특검을 피해가기가 사실상 어려워졌음을 보여준다. 대선을 불과 35일 앞두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을 비켜나가려 할 경우 그 정파는 '재벌을 편든다'는 비난에 직면,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양측이 공동으로 특검법을 발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삼성 비자금 정국을 둘러싼 엇갈린 정파적 이해 때문이다. 3당은 삼성의 불법 비자금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부패적 이미지를 연결시켜 대선을 '부패 대 반(反)부패'전선으로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축하금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켜 '범여권도 부패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법안을 제출하지 않아 양측의 입장 차이를 직접 비교하긴 힘들지만 대립점은 특검 대상으로 좁혀진다. 특검 임명방식 등 나머지 부분은 지엽적이라는 지적이다. 양측 모두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의 비자금 조성 의혹 및 사용처를 수사 대상으로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차이는 3당의 경우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불법 발행 등 불법 상속 사건에, 한나라당은 비자금의 대선 자금 및 최고 권력층 로비자금 사용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신당은 반부패 연대를 위해 민노당이 주장해 온 삼성 불법 상속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합의해 주면서도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 부분은 직접 명기하지 않았다.
반면 한나라당은 비자금의 대선 및 로비자금 사용을 명시, 노 대통령의 당선축하금 의혹뿐 아니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차떼기'도 함께 겨냥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양측은 법사위를 통해 법안 절충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로 공격의 초점이 다르기 때문에 절충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양측이 절충에 실패할 경우 각자 법안을 낸 상황이어서 표 대결을 할 공산이 큰데 이 경우 의원수가 많은 3당의 법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3당이 법안에 1997년 이후 삼성이 조성한 비자금의 사용처를 특검 대상으로 명시, 노 대통령의 당선축하금 등 근거가 나올 경우 수사가 가능토록 문을 열어 두고 있어 절충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신당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특검 결과는 일정상 대선이 끝난 뒤 나와 대선 정국과 큰 상관이 없다는 점도 절충 가능성을 높여 주는 대목이다. 한나라당도 이 전 총재가 탈당, 차떼기의 부담을 던 만큼 특검이 그리 곤혹스럽지 않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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