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가 승부수를 던졌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면서 급진 이슬람세력까지 포함한 야권 연대투쟁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급진 세력에 맞서 무샤라프와 부토의 권력 분점으로 파키스탄의 정국 안정을 기대했던 미국으로서도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라호르에서 일주일째 가택연금 상태에 놓여있는 부토 전 총리는 14일 무샤라프의 퇴진을 촉구하면서 “나는 민주주의의 복원이라는 단일 의제를 위해 야권의 동맹을 구축하고 싶다”고 야권 연대투쟁의 기치를 내걸었다.
부토 전 총리는 이를 위해 급진 이슬람 정당 연합체 대표인 카지 후사인 아마드, 크리켓 스타 출신의 유력 정치인 임란 칸 등에게 잇따라 전화를 걸어 야권의 결집을 호소하는 등 실제 행동에 돌입했다.
부토 전 총리는 야권 내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 무슬림 연맹측과도 접촉, 공동전선의 구축을 타진했다.
부토 전 총리의 이 같은 움직임이 무샤라프 대통령과의 권력분점을 완전포기하고 극한대결을 통한 정권타도 투쟁에 돌입한 것인지는 현재로선 확실치 않으나 야권내 다른 세력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샤리프 전 총리는 이날 무샤라프의 퇴진에 관한 부토의 요구를 적극 환영하면서 야권연대에 대해서도 공감을 표시했다. 무샤라프와 거래했다는 이유로 부토를 강력하게 비난했던 임란 칸도 부토 측과 연대해 총선 보이콧에 나설 방침임을 확인했고 급진 이슬람 정당 연합체의 아마드도 이 같은 연대투쟁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일부에서는 부토 전 총리가 야권 연대를 통해 힘을 비축한 뒤 무샤라프 대통령과 담판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야권 연대투쟁에 직면하게 된 무샤라프 대통령은 그러나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 등에서 “비상사태 해제시점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밝혀 정면충돌 위기는 더욱 고조된 상태다.
무샤라프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비상사태 해제 요구에 대해 “미국의 요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며 “비상사태는 총선이 안전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 국무부 존 네크로폰테 부장관이 파키스탄을 방문키로 하는 등 미국의 움직임도 다급해지고 있다.
미국은 국무부 2인자인 네그로폰테 부장관의 파견을 통해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비상사태 해제와 민주선거 실시, 부토 전 총리 등과의 권력분점 등을 보다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나 파키스탄 여야가 정면대결로 치달을 경우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샤라프와 부토와 권력 분점으로 급진주의 세력에 공동대처토록 한다는 게 미국의 기본적 복안이나 현재로선 무샤라프와 부토가 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부토가 야권 연대를 추진하면서 그 동안 접촉하지 않던 급진 이슬람 세력에게도 손을 뻗치고 있다는 사실도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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