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의 성패는 특정 리더 혹은 기업에 결정된다고 여길 수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 제도(Institution)다. 어떤 제도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국가의 '품질'이 결정된다."
최근 방한한 폴 로머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국가들이 왜 다른 문명을 갖고 있는지를 여러 세기에 걸쳐 살펴보면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고 밝혔다.
경제성장에서 기술과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의 주창자인 그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것도 바로 제도의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이처럼 제도를 중시하는 이유는 뭘까. 로머 교수는 제도를 '게임의 룰(Rule)'에 비유했다. 국가 구성원들이 게임(경제행위 등)을 할 때 어떤 룰을 따르느냐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공정한 룰에서 국가는 지속성장(Sustaining Growth)을 하지만 그 반대로 잘못된 규칙 안에서는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좋은 제도적 틀만으로 한 국가가 놀라운 성적표를 내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제도가 좋다고 해도 (그 제도가 구성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소수의 불만세력이 있는데, 이들에 의한 정치적인 압력이 가해질 경우 좋은 제도가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이 직면한 것도 바로 좋은 제도는 유지하고, 나쁜 것은 혁신해야 한다는 게 로머 교수의 생각이다.
좋은 제도의 예로 한국 교육시스템을 들었다. 그는 "한국 사람을 만나보면 교육제도에 대해 좋게 얘기하지 않는 것 같은데 다른 나라에 비하면 2차 교육(고등학교)까지 매우 우수하다"고 말했다.
그는 "단 대학 교육의 경우 창의성을 기르는 데 문제가 있다"는 꼬집었다. 개선해야 할 제도로는 시장 시스템과 노동규제 등을 들었다.
로머 교수는 평소 강조해 온 아이디어와 기술의 중요성도 짚었다. 인류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공유ㆍ확산돼야 한다는 것이다. 석유(경쟁적 자산)의 경우 나눠 가지면 줄어들지만, 아이디어(비경쟁적 자산)는 그렇지 않다는 것.
신성장 이론의 핵심인 기술혁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를 통해 전환국면에 있는 한국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 폴 로머 교수는
미국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대학 소속 후버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수리경제학회 및 캐나다 고등연구원 회원이다. 아이디어와 기술의 영향력을 계량화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을 개발해 세계 경제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80년대 기술혁신을 통해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신성장이론을 주창해 관심을 끌었다. 1997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미국인 25명'에 들기도 했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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