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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사장에 한국인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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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사장에 한국인이 사라진다

입력
2007.11.22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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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세대로라면 설계와 감리를 빼고는 아파트 건설 공사장은 100%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워질 것이다."(D건설사 현장 한모 소장)

#"아파트 마감 공사 주문은 넘치지만 현장에 보낼 국내 기술자가 없다. 이제 도배나 배관 등 국내 기술자들의 전유물이었던 마감 공사도 조선족을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독차지할 날이 멀지 않았다. (P인테리어사 김모 대표)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파트 공사현장을 사실상 점령했다. 지반공사나 골재 공사 등 단순시공과정이 조선족이나 몽골 등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진 지는 이미 오래된 터. 하지만 최근 외국인 건설 노동자들이 속칭 '노가다'로 불리는 단순노동에서 벗어나 아파트 마감공사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아파트 공사 현장인력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 비율은 대략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단순 잡역의 경우, 전부가 외국인인 셈이다. 또 국내 노동자들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졌던 아파트 마감공사에서도 3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아파트 마감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김모(45) 현장소장은 "얼마 전까지만 아파트 마감 공사는 손기술이 뛰어난 국내 인부들의 몫이었지만 지금은 조선족 기술자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3D업종 기피현상으로 국내 인력들이 건설현장을 떠나고 있는데다, 도배 타일 배관 등 마감공사를 하는 국내 기술자들은 고령화로 더 이상 일할 인력이 많지 않기 대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중국 현지 공사장에서 일하던 조선족 기술자들이 대거 입국해 마감 공사에 투입되면서 건설 노동시장의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실제 건설현장에서는 "자재도 중국산이 많아 브랜드만 빼면 사실상 '메이드 인 차이나'아파트나 마찬가지다"는 자조섞인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급속한 유입이 아파트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그 동안 건설사들은 아파트 품질의 절반을 좌우한다는 마감재 공사에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하는 것을 꺼려왔다.

도배나 배관, 배선 등은 아직도 내국인과 외국인 인력간의 기술격차는 크기 때문이다. "도배 같은 경우는 일반인들이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는게 이쪽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렇다 보니 최근 들어 마감재 부실공사로 인한 민원이 늘어나고 있다. 한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입주민들이 도배나 타일 공사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 아무래도 중국이나 조선족 기술자들이 작업을 한 곳이 많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마감 공사에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하는 것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사의 한 임원은 "아파트 품질을 높이기 위해 일당을 두 배를 주고서라도 국내 기술자들을 쓰고 싶지만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단순 잡역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 하루 일당은 5만원선. 국내 인력의 절반 수준이다. 도배도 국내 인력은 12만원선인데 비해, 외국인노동자는 7만~9만원이면 쓸 수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에서는 건설 전문인력 양성 대책이 시급하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앞으로 정부의 계획에 따라 매년 30만 가구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가 공급되는 만큼 전문 건설 인력 수급난은 더욱 심해 질 것이라는 것이다.

박준호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과거 도배나 미장 같은 기술을 가르치던 전문학원를 부활하는 등 구체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며 고 조언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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