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불기(佛紀) ‘2550년’인가, ‘2551년’인가.
불교의 연대를 표시하는 방법인 불기를 둘러싼 논란이 불교계에서 일고 있다. 세계 공용 불기로는 올해가 ‘2550년’이지만 한국불교는 올해를 ‘2551년’으로 표기, 세계 기준보다 1년 앞서가고 있다. 수 십년 동안 지속된 국내 관행을 포기하고 국제 기준에 맞출 것인가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9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기사용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 주경 스님)를 구성해 현재 자료수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불교학자들의 모임인 한국불교학회(회장 이평래)는 내년 국내에서 열릴 제4차 불교학결집대회를 앞두고 지난달 교계 신문사, 각 종단 총무원장, 조계종 25개 교구본사, 학회, 동국대 등 102곳 불교 기관에 편지를 발송해 불기를 정정해 국제기준에 맞춰 사용할 것을 요청했다.
세계불교도우의회(WFB) 한국본부는 지난 달 경주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올해를 ‘불기 2550년’으로 표기, 첫번째로 국제기준을 따랐다.
현재 유럽이나 미국 등 최근 불교가 전파된 국가들은 WFB가 정한 세계공용불기를 따르고 있지만 전통 불교국가의 경우 한국과 같은 기산법을 채택한 국가가 더 많다. 올해를 ‘2550년’으로 한 국가는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일본 등 4개국이며, 인도 스리랑카 미얀마 중국 대만 등 그 외의 전통 불교국가들은 대부분 ‘2551년’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렇게 불교국가별로 연대표기가 1년의 차이가 나게 된 것은 불기를 계산할 때 붓다가 열반한 해를 0년으로 보느냐 1년으로 보느냐와, 각국이 서로 다른 역법(曆法)을 사용하고 있는 점, 태음력인 인도력을 양력인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하는데 따른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붓다가 열반한 해를 불기 0년으로 보면 올해가 2550년이고, 1년으로 보면 2551년인 것이다.
세계공용불기는 1956년 네팔 카트만두에서 열린 제4차 WFB 대회에서 57년부터 불기를 ‘2500년’으로 사용키로 합의한데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국도 그 후 10년이 흐른 66년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WFB의 불기를 도입키로 했다.
그럼에도 국내 불기가 세계공용보다 1년 앞서나가게 된 것은 70년 가을 불교계 신문 <대한불교> 가 아무런 공식적 언급 없이 불기를 ‘2513년’에서 ‘2514년’으로 1년을 앞당겨 표기하고, 불교계가 이를 뒤쫓아 사용하면서 굳어진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대한불교>
그런데 ‘불기 특위’가 자료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WFB의 불기 표기가 잘못된 것일 수 있으며, 한국식 표기가 맞는 것일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다.
불기 특위 조사위원인 조준호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은 “50년 WFB창립 당시 56년을 불기 2500년으로 하자고 하고, 인도 스리랑카 미얀마 등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치른 기록이 있다”면서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불기를 맞게 사용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세계공용불기를 정했다는 56년 WFB 결의문을 확인하는 등 조사를 더 해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면서 “WFB 본부가 스리랑카에서 태국으로 이전하면서 태국의 불기를 사용해 한 해 늦춰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불기특위 위원장 주경 스님은 “처음에는 한국에만 불기의 오류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조사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세계 불교 차원의 사안임이 드러났다”면서 “각국 불교 간의 교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보다는 WFB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혼란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상황이 복잡해지자 10월말로 끝맺으려 했던 이 문제의 해결시한을 내년 3월로 연장했다.
■ 불기(佛紀)
불기(佛紀)는 불멸기원(佛滅紀元)의 줄인 말이다. 말 그대로 붓다가 입멸(入滅)한 해를 기준으로 삼는 연대표기법이다. 그러나 옛 인도인들은 역사 기록에 큰 가치를 두지 않아 붓다가 태어난 해는 물론, 세상을 떠난 해도 정확히 기록돼 있지 않다.
그래서 아소카 대왕이 붓다 사후 218년에 즉위했다는 역사 기록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붓다의 입멸 연도를 추산하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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