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의 13일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떡값 수수 의혹과 BBK 주가조작 사건이 이슈였다.
여야는 일제히 임 내정자의 떡값 수수 의혹의 진위를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BBK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관련 여부를 둘러싸고 한치의 양보 없이 날선 공방을 벌였다.
■ 삼성 비자금 조성 및 떡값 수수
청문회는 최병국 법사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자 마자 김용철 변호사의 증인 선정 문제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의사발언을 통해 “김 변호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이 모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결국 채택되지 않아 황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신당 이상민 의원은 “김 변호사를 증인 채택하는 데는 찬성이지만 인사청문회에서 하는 게 바람직한지는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다”며 간사 간 협의를 제안했고,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김 변호사 증인채택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은 과거나 지금이나 적극적이라는 점을 말씀 드린다”면서 피해나갔다.
임 내정자는 의원들이 모두 자신의 떡값 수수 여부를 묻자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내 이름이 거론된 자체가 부덕의 소치라 생각하고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명명백백히 규명되리라 생각한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관련된 날카로운 질문이 나올 때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법과 원칙에 따라…”라는 말을 연발하며 예봉을 비켜갔다.
임 내정자는 “삼성 측 떡값 제공자로 거론되는 이우희 전 에스원 사장과 1년에 몇 번 정도 만났느냐”(한나라당 김명주 의원)는 질문에 “사적인 모임에서 한두 번 봤지만 1년에 몇 번씩 만난 것은 전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민노당 노회찬 의원이 “이 전 사장과 안양 베네스트 골프장에서 함께 자주 골프를 쳤다는 제보가 있다”고 추궁하자 “잘 기억이 안 난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내정자가 관리대상이었다는 2002년 에스원 주식 450주 807만7,000원에 매수하고, 3년 뒤에도 807만7,000원에 매도한 것으로 신고돼 있다. 매수 당시 주식시가는 최저 9,500원이었고 매도 당시 최저가는 2만2,000원이었다”며 임 내정자와 에스원의 연관성을 제기했다.
그러자 임 내장자는 “잘 기억이 안 나는 데 집사람이 여러 주식을 은행에 맡겨놓고 한 걸로 안다. (에스원 주식 보유는) 청문회를 준비하며 알았다 ”고 말했다.
의원들은 임 내정자가 본질을 피한 채 요리조리 피해나가자 “내정자의 그런 답변 태도를 국민들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질타하면서 자진 사퇴를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신당 문병호 의원은 “내정자 스스로 이 사건 조사의 대상자인 만큼 스스로 특별검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게 검찰과 본인를 위해서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임 내정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했다.
이어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청문회를 마치고 취임했다가 전군표 전 국세청장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며 사퇴를 촉구했고, 민주당 조순형 의원도 “본인과 검찰의 명예, 국가 체면을 위해 용단을 내려 후보자 지명을 반납할 용의가 없느냐”고 몰아 붙였다.
■ BBK주가조작 사건과 김경준씨 귀국
청문회가 점심 정회를 끝낸 뒤 속개되자 논란은 삼성 떡값에서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 공방으로 넘어갔다.
신당 의원들은 “김경준씨가 송환되는 만큼 검찰이 대선후보 등록일인 25일 이전에 수사 결과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김동철 이상민 의원은 “이 후보의 아들이 아버지 부동산관리회사에서 취임해 250만원의 월급을 받았는데 같은 회사 10년 근무자는 200만원이다”며 이 후보의 횡령과 탈세 여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김종률 의원은 “김경준의 누나인 에리카 김의 변호사 사무장과 이 후보 최측근이 만나 거래를 끝냈다는 제보가 있다”며 공작설을 제기했다.
선병렬 의원이 “이 후보는 화이트칼라 범죄도 있지만 (현대건설 사장 시절) 무허가 건축 7동을 지어 구속되는 등 전과 14범의 잡범 수준”이라고 주장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거칠게 항의하는 등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신당의 공세를 ‘제2의 김대업식 정치공작 음모’라고 반격하면서 “검찰이 정치수사에 나설 경우 용납하지 않겠다”고 임 내정자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박세환 의원은 “김경준씨는 여권과 사문서를 위조하고 338억원을 횡령한 사기범일 뿐”이라며 “그런데 여권은 김대업 정치공작 때처럼 검증되지 않은 문제를 마치 사실인양 얽으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명주 의원은 “김경준씨의 입이나 검찰의 수사 브리핑을 통해 검증되지 않는 주장이 여과 없이 언론에 노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수사기밀의 철저한 보안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에 대해 임 내정자는 “국민의 알 권리와 당사자 (명예훼손) 문제, 수사기밀 유출 문제가 교차하는 데 브리핑을 함에 있어서도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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