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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민심은… "이회창이 사람은 확실하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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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민심은… "이회창이 사람은 확실하긴 한데"

입력
2007.11.22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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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겨울을 맞는 대구의 심사는 참으로 복잡해 보였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 이회창 전 총재의 미묘한 삼각 관계를 지켜보며 기대와 미련, 안타까움, 불안이 교차하는 듯했다.

13일 오후 동대구역 앞. 택시를 세워 놓고 승객을 기다리던 기사 세 명의 정치 토론이 한창이다. "이회창이 사람 하나는 확실하다 아이가. 이명박이 말도 함부로 하고 BBK 같이 구린 구석도 많은데 막판에 고꾸라지면 우리는 다 죽는 기다."옆 자리에 섰던 택시기사가 즉각 말을 받았다.

"그래도 한나라당 중심으로 정권 교체가 돼야 한다. 이회창도 나오려고 했으면 진작 경선을 치렀어야지 인제 나와서 표 깨고 자기만 얻을 것 얻어 가겠다는 심산 아이가." 팔짱을 끼고 있던 한 명이 심판인양 정리했다. "누가 되든 정권 교체만 되면 된다. 저쪽(범여권)엔 깜도 안 되는 후보들만 있는데 우예 지겠노."

대구에서 이 전 총재 지지도는 다른 곳보다 높다. 최근 영남일보의 지역 주민 상대 여론조사에선 37.4% 대 32.6%로 이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 전 총재 지지로 치환시킨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문시장 상인 이모(64)씨는 "나는 아직도 이명박을 후보로 인정 안 한다. 같은 당 사람이면서도 (박 전 대표 진영을) 원수처럼 박대하고 그럴 수 있나"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선거에서 이 전 총재를 찍겠다고 했다.

5년 전 대구는 이 전 총재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었다. 그 잔상과 연민도 아직은 많이 남아 있는 듯 했다. 이 전 총재의 '도의에 어긋난' 출마에 대한 비판도 지극히 점잖았다.

중앙로에서 만난 한 회사원은 "사기꾼 김대업 때문에 이 전 총재가 억울하게 진 게 아직도 섭섭하다"며 "이 전 총재가 됨됨이나 능력 면에서 이 후보보다 출중하고 지난 5년 간 반성도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혹여 이 전 총재 때문에 또 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구 사람들을 내리누르고 있었다. 대구 사람들의 복잡한 심사가 12일 박 전 대표의 '이 전 총재 출마는 정도가 아니다'는 발언으로 얼마나 정리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칠성동 L 백화점 앞에서 만난 이대영(58)씨는 "대구 사람 치고 박 전 대표 좋아하지 않는 사람 없겠지만 이제는 승복을 하고 이 후보와 합심해야 한다"며 "이 전 총재가 딱하긴 해도 언제까지 우리 후보로 대접할 순 없다"고 말했다.

반면 칠성동 B 약국 약사 안모씨는 "박 전 대표가 어려운 처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밀려서 한 말만 듣고 냉큼 마음을 바꿀 순 없다"고 했다.

대구=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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