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 해군의 최대 고민이었던 괴혈병을 비타민C를 많이 함유한 레몬으로 치료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우리 몸에서 형성되지 않아 반드시 음식물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필수영양소 비타민C의 결핍은 만병의 근원이다.
피하출혈, 각종 염증질환, 신장ㆍ방광 결석, 관절염, 근육통, 만성 피로 등 비타민C 부족으로 유발되는 질병 리스트는 끝이 없다. 이는 비타민C의 적절한 섭취만으로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 만성적 식량부족과 영양결핍으로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제주도민이 보내는 감귤은 비타민C의 주요한 공급원이다. 1998년 감귤 100톤으로 시작된 운동이 매년 이어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함께 보내는 당근도 동절기 신선한 채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한 주민들에게 요긴한 비타민 공급원이다.
그 물량이 지난해까지 감귤 3만6,500톤과 당근 1만 7,100톤에 이른다. 직접 효과를 측정하긴 어렵지만 건강 증진에 크게 도움 되었을 것이다. 비용은 남북협력 제주도민운동본부와 제주지역 농민단체들이 모금한 성금과 남북협력기금, 지방비 지원으로 충당된다고 한다.
▦ 제주도민의 북한주민 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000년에는 제주산 우량 씨감자 종묘 3,000개를 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을 통해 지원했다. 식량난 해소를 위해 감자 증산에 총력을 기울이는 북한에 큰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1차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같은 해 6월에는 성산읍 청년회가 '남북은 하나'라는 상징을 담아 넙치 치어 1만1,111마리를 독도 해역에 방류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남북 해역을 오가는 어종인 민어 치어 5만 마리를 이어도 수역에 방류했다. 2001년 북한 남포 앞바다에 넙치 치어를 방류하려던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으나 최근 다시 추진되고 있다.
▦ 제주도민 방북단 70명이 오늘까지 2박3일간 북한을 방문 중이다. 강영석 남북협력 제주도민운동본부 이사장과 농민단체 대표, 기업인, 김태환 제주지사 등은 그제 제주항공 특별기 편으로 평양에 도착했다. 그 동안의 지원에 대한 답례로 북측 민화협이 초청한 것이다.
제주도민의 북한 지원은 과잉 생산되는 제주산 농산물을 활용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평화의 섬' 이미지 구축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백두산-한라산 공동 학술조사나 교환관광 등도 성사되어서 4ㆍ3사건의 아픔을 겪은 제주도가 남북화해와 교류에 선도적 역할을 한다면 더욱 뜻이 깊겠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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