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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서 활달한 시민운동가 역할로 변신 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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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서 활달한 시민운동가 역할로 변신 엄지원

입력
2007.11.22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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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각보다 음각이 어울리는 배우가 있다. 질러댈 때보다 억누를 때 오히려 결이 살아나는 얼굴. 14일 개봉하는 <스카우트> (감독 김현석)에서 주인공 세영 역을 맡은 엄지원(30)도 그런 얼굴을 가졌다.

<극장전> <주홍글씨> 등의 작품에서, 그녀는 드러냄보다 감춤으로써 내면을 농축하는 연기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다르다. 스스로 “생동감 있어서 즐거웠다”고 할 만큼, 스크린 안과 밖에서 만난 그녀의 이미지는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한 가지 캐릭터의 변주랄까… 트라우마를 지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어요. 연기를 ‘티 나게’ 할 수 없으면서도, 안 하면 아예 존재감이 없어져 버리는 역할. 배우로서 그런 점에 매혹을 느꼈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는 엄청났어요. 그래서 조금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스카우트> 의 세영 역할은, 그런 의미에서 퍽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음.”

대답이 끝날 때마다, 그녀는 마침표를 찍듯 비음 섞인 목소리로 “음” 하는 감탄사를 붙였다. 약간의 신경증이 느껴지는 활달함이, 예전 영화에서 느꼈던 착 가라앉은 분위기를 덮어 버렸다. 엄지원이라는 배우의 맨 얼굴에서 ‘우울’이라는 특유의 아우라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녀에게서 느꼈던 모호한 신비감도 찾기 힘들었다.

“배우가 한두 영화에 대한 평가에 머물러서는 안 되겠죠. 모든 것은 좀 더 긴 호흡으로 간다고 봐요. 조금 다른 장르에서,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서 엄지원이라는 배우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닐 거에요. A가 B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A처럼 보였지만 원래는 B도 감춰져 있었고… 그런 것 아닐까요. 자연인 엄지원이요? 대체로 낙천적인 편이지만, 아무래도 배우니까… 예민하고 날이 선 부분이 있어요. 말하자면 전 하이브리드(혼합)에요. 하하.”

<똥개> 부터 이번 영화까지, 그녀는 중심부에 선 인간보다 결핍이 느껴지는 주변부 인물 역할을 선택해 왔다. ‘마이너 취향’이라는 말을 꺼내자 그녀의 목소리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영화를 고를 때 내 캐릭터보다 영화 전체를 보는 편이에요. 음… 이런 건 있죠. 누군가를 웃기기보다는,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 있는 연기를 하는 게 배우로서 보람이 크겠죠. 하지만 그거랑 ‘마이너 취향’은 다른 이야기에요. 전 제 영역을 확장시키고 싶었고, 그래서 이번 작품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봐요. 그동안 흥행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는 편이었지만… 이번 영화는 흥행이 안 되면 속상할 것 같아요. 음.”

세영은 1970년대에 대학을 다닌 학생운동권 출신 시민운동가. 5ㆍ18 광주민주항쟁이 일어나던 해, 그녀는 광주에서 7년 전 헤어진 첫사랑 호창(임창정)을 다시 만난다. 영화의 배경은 엄혹한 시대지만, 그녀가 맡은 캐릭터는 햇살처럼 밝다.

“격동의 시대가 배경이지만, 그것이 주제는 아니잖아요. 감독님도 그런 색을 빼고 연기해 줄 것을 요구했고요.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관을 찾았다가, 따뜻한 마음을 안고 극장을 나설 수 있게 만드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차가워진 날씨에 코트깃을 여미며 봤을 때 딱 좋은, 그런 영화가 <스카우트> 랍니다. 음.”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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