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스캔들’의 두 주인공이 재회한 곳은 결국 법정이었다.
12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법 제406호 법정. 지난달 말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35)씨가 각각 파란색과 연두색 수의를 입고 들어섰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11일 서울서부지검과 서부지법을 오갈 때 잠깐 스쳐 지난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대면하기는 신씨가 학력위조 파문으로 미국으로 떠난 7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이날 형사1단독 김명섭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변씨와 신씨는 피고인석에 1m정도의 거리를 두고 나란히 앉았다. 방청객에서는 등과 옆 얼굴이 보였지만, 두 사람은 주변 시선을 의식한 듯 단 한 차례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법정 입정 당시 무덤덤한 모습이었지만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 문찬석 부부장이 기소요지 발언을 통해 자신들의 범죄 혐의를 읽어 내려가자 표정이 굳어졌다. 특히 신씨는 문 부부장이 “동국대 교수 임용과 관련, 변씨와 신씨는 뇌물수수의 공범”이라고 말할 때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렸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훔치기도 했다.
변씨와 신씨는 이날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재판장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변씨는 “사회적으로 너무 큰 물의를 일으켜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대통령과 직장 동료들에게도 누를 끼쳐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사죄했다. 변씨는 이어 “구치소에서 매일매일을 반성하고 참회하고 있다. 죄송할 따름”이라고도 했다. 신씨도 “지난 몇 달간 저로 인해 사회적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앞으로 내 잘못된 판단들을 깊이 반성하고 참회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범죄혐의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사문서위조 등 9개 혐의가 적용된 신씨는 “일부는 인정하지만, 일부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혀 여전히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특히 변씨는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는 모든 혐의를 부인한다고 밝히지 않았냐”는 재판장의 물음에 “변호사와 상의해서 말씀 드리겠다”고 답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변씨 변호인은 공판이 끝난 후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법적으로 죄가 되느냐는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공판이 마무리될 즈음 신씨 변호인은 “과도한 학벌지상주의와 출세지향주의 등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데도 모든 게 파괴된 불쌍한 여인에게 더 이상 돌을 던지지 말기를 바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신씨가 검찰 조사에서 거짓말을 했더라도 그것은 변씨처럼 자신을 배려해 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판은 변씨의 변호인이 5만여쪽에 달하는 수사자료를 모두 읽지 못했다고 주장해 피고인 신문 없이 끝났다. 속행 공판은 12월 3일 오전 10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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