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27)은 지난달 영국 공연 이후 한 현지 언론으로부터 호된 혹평을 들었다. “비발디의 <사계> 를 람보처럼 무참하게 난도질했다”는 자극적인 내용이었다. <사계> (EMI) 음반 홍보를 위해 한국에 온 사라 장은 14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부터 받았다. 정작 그는 그 기사를 읽지 못했다고 했다. “1년에 비평 기사를 모아서 한꺼번에 읽거든요. 그리고 연주를 하다 보면 좋은 얘기, 나쁜 얘기 다 듣는 법이죠.” 사계> 사계>
웃음으로 대답을 마무리한 사라 장의 표정은 여전히 빈틈이 없었다. 9세 때 뉴욕 필의 신년음악회에서 데뷔한 후 18년간 세계 무대를 누벼온 그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을까. “남들이 뭐라고 하는지 궁금하지 않냐?”고 재차 물었다.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연주가 끝난 순간 호흡을 맞춘 지휘자, 오케스트라와 함께 만족감을 느끼는가 하는 거예요. 다음날이면 또 새로운 연주를 준비해야 하기에 어제 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사라 장의 첫번째 바로크 음반인 <사계> 는 지휘자가 없는 것으로 유명한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녹음했다. 사계>
그는 음반을 녹음하면서 내내 행복했다고 말했다. “2005년 베를린 필과 함께 한 쇼스타코비치 협주곡 음반 때는 파워풀한 오케스트라와 무거운 레퍼토리 때문에 힘들었거든요. 이전과 180도 다른 아름답고 순수한 레퍼토리에서 기쁨을 느꼈어요.” 지휘자 없이 직접 리드하며 작업한 것에 대해서는 “자유와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다. 나쁜 지휘자가 되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를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사라 장이 <사계> 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겨울> 의 2악장. 가수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 을 통해서도 잘 알려진 멜로디다. “크고 드라마틱한 음악이 너무나 많은 요즘, 단순하면서도 순수한 멜로디가 음악가의 기본으로 돌아가게 해준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연습할 때는 기교와 장식음을 많이 넣지만 녹음할 때는 비발디가 작곡한 당시로 돌아가고자 훨씬 단순하게 했다”고 소개했다. 헤어진> 겨울> 사계>
사라 장은 한국 공연 문화에 대해 “전 세계에서 A플러스 오케스트라는 다 오는 것 같다. 다른 곳은 다양성이 있는데 한국 관객은 유명세나 상표를 중요시 여긴다”며 따끔한 말을 던졌다. 또 “예전에는 차이코프스키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입상하면 무조건 커리어가 보장됐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망이 아니라 상을 위해서 예술을 한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도 했다. 거장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협연한 뮌헨 공연을 끝내고 한국에 들른 사라 장은 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이들의 일본 투어에 동행한다. 한국에서는 내년 6월 오르페우스 체임버와의 <사계> 공연, 10월 LA필 협연이 예정돼 있다. 사계>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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