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감도에는 없었던 17m 옹벽이 갑자기 들어서는 게 말이 됩니까?"
오랜만에 내 집을 마련했다는 기쁨으로 1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신도시 H임대아파트 공사현장을 찾은 이모(42)씨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자신이 들어가 살 523동 베란다 2m앞에 거대한 옹벽공사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 곳은 분양 당시만 해도 완충녹지가 존재한다고 알려진 지역이었다.
이 옹벽은 최고 높이가 17m로 어림잡아도 4,5층까지는 바깥 전망은커녕 햇빛도 전혀 들어오지 않는 수준이다.
김씨를 더욱 분통 터지게 만든 것은 이 아파트를 시공하는 대한주택공사의 해명이었다.
김씨는 "분양 당시 모델하우스에서는 옹벽 위치에 15m 너비의 완충녹지가 존재했다"면서 "입주 예정자들이 이에 대해 항의하자 주공측은 '분양 당시 배치도나 모형도를 보면 옹벽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었다'고 발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공의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났다. 분양 당시 모형도를 촬영한 한 입주예정자가 사진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진에서는 단지와 도로사이에 완충녹지가 존재하며 도로도 경수고가도로 밑을 지나는 것으로 안내돼 있다.
김씨는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주택공사가 시민에게 거짓 해명이나 하는 행태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면서 "이번 분양은 명백한 사기분양으로 소송을 통해서라도 피해보상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 옹벽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아파트는 A5~1, 2블록으로 전체 20개동 가운데 7개동 350여 가구로 평균 3, 4층까지는 바깥 경치를 전혀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입주예정자 이모(47)씨는 "아파트 현장에 가서 봤더니 마치 교도소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였다"면서 "임대아파트라고 차별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입주 예정자들은 최근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이 같은 사실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으며 추후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법기관에 사기분양으로 주공을 고발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주공 관계자는 "선분양이다 보니 혐오시설을 일일이 설명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분양 당시 배치도 등을 통해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으며, 입주 예정자들이 주장하는 피해 가구수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 임대아파트는 72, 79㎡형으로 구성돼 있으며 72㎡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임대료 35만원, 79㎡는 보증금 5,700만원에 월임대료 39만원이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