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종왕 법무실장(사장급)이 삼성의 전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9일 사임했다고 삼성그룹이 11일 밝혔다.
이 실장은 사직서 제출에 앞서 대한변호사협회에 자신의 변호사 등록도 취소했다. 김 변호사 측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삼성은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 착수를 앞두고 그룹 법무책임자가 물러나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 실장은 사직하면서 그룹 전략기획실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삼성이 전직 법무팀장의 파렴치한 행위로 비리집단으로 매도돼 임직원 모두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사실을 생각하면 한없이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이런 파렴치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 변호사라는 사실에 같은 변호사로서 큰 자괴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김 변호사가 주장하는 것은 대부분 근거 없거나 자기가 잘 알지 못하는 것을 과장 왜곡한 것”이라며 “이 사건의 본질은 김 변호사가 거짓 폭로를 했다는 것이고, 그는 사실을 교묘히 조작해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실인 것처럼 믿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특히 ‘떡값 검사’ 논란과 관련, “삼성 임직원 가운데 떡값을 갖다 주라는 지시를 받은 사람이 있느냐”며 반문했다.
이 실장은 “김 변호사의 부인이 8~9월 협박성 편지를 보내 왔을 때 법과 원칙에 입각해 대응하지 말자는 의견을 경영진에 제시했는데, 결과적으로 회사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 판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사임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12일 이 실장의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며, 적절한 시기에 김 변호사 측의 협박 편지내용을 공개키로 했다. 삼성은 또 김 변호사측이 삼성에 돈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협박성 편지를 보낸 것에 대해 진상규명 후 법적 대응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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