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로스쿨 학원 늘자 강사 전업 속속 늘어/ 변호사 개업중? 수업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로스쿨 학원 늘자 강사 전업 속속 늘어/ 변호사 개업중? 수업중!

입력
2007.11.12 00:01
0 0

#1. 변호사 A(35)씨는 최근 강사 자리를 알아 보려고 서울 강남구의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대비 학원을 찾았다.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고 개업한 지 만 3년이 다 돼 가지만 돈벌이가 신통치 않은데다 변호사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A씨는 개업 변호사 경력을 믿고 ‘강사 취업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실무와 강의력을 갖춘 변호사들의 강사직 구직 문의가 많아 채용 여부를 답 해줄 수 없다”는 학원 측 설명에 A씨는 맥빠진 모습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2. 수도권의 한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개업 변호사 B(34)씨는 최근 한 로스쿨 대비 학원 강사로 나섰다. ‘용돈’을 짭짤히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로스쿨 교수가 되기 위한 경력 쌓기에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B씨는 “기존 고시학원과 달리 실무 수업을 할 수 있어 로스쿨 교수직을 얻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강사’수요 급증

개업 변호사들이 로스쿨 대비 학원 강사로 속속 전업하고 있다.

11일 학원가에 따르면 고시 전문학원 베리타스법학원은 최근 로스쿨 대비반 강좌를 위해 미국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 2명과 개업 변호사 3명을 강사로 영입했다. 정하영 베리타스법학원 부원장은 “영업 비밀이어서 구체적인 수치는 말할 수 없지만 변호사들의 문의가 적지 않다”며 “앞으로 2명 이상의 변호사를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중순 개원 예정인 PLS도 개업 변호사 3명을 포함, 10명의 변호사로 강사진을 구성했다. 강남 합격의법학원 등 이미 개원했거나 개원을 준비 중인 여러 학원들도 시장 상황을 봐가며 변호사들을 강사로 채용할 방침이다. 한 로펌도 로스쿨 대비 학원 설립을 준비 중이어서 변호사들의 강사 전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선행ㆍ보충 학습 강사로 각광

개업 변호사들이 로스쿨 대비 전문학원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수입이다. 사시 합격자 1,000명 시대를 맞아 매년 배출되는 변호사가 증가하면서 ‘밥그릇’이 줄자 고수익이 보장된 스타 강사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신림동 고시학원의 1급 강사들이 강사료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연 7~8억원 정도. 교재 개발에 따른 부수입까지 고려하면 10억원 대에 달한다. 로스쿨 시장 규모가 현 사법고시(연간 약 200억원 추정) 시장보다 최소 3배 이상 될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을 감안하면 로스쿨 학원 스타 강사의 경우 한 해 강사료로만 20억원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로스쿨의 제도상 맹점도 변호사들의 전업을 부추기고 있다. 논리력 추리력 언어능력 등을 측정하는 법학적성시험(LEET)과 학부 성적, 영어 등으로 전형을 하게 되는 로스쿨은 법학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도 입학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많은 법학 비전공자들이 로스쿨에 합격한 후 선행ㆍ보충 학습 차원에서 로스쿨 전문학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각 로스쿨은 관련법에 따라 법문서 작성법, 모의재판 등 5개 이상의 실무과목을 의무적으로 가르쳐야 하는데, 이 때문에 로스쿨 학생들이 개업 변호사의 강좌를 즐겨 찾을 것이라는게 로스쿨 학원업계의 전망이다. 합격의법학원 문형선 로스쿨 담당 차장은 “3년 동안 로스쿨에 재학하면서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학원 수강을 하는 로스쿨생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전망을 낙관했다.

치열한 경쟁 예상

개업 변호사들이 로스쿨 학원가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강사로 전업하고 있지만 “낙관은 금물”이라는 의견이 많다. 학원업계로 뛰어든 이상 변호사라는 ‘계급장’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하영 베리타스법학원 부원장은 “변호사라고 해서 특혜는 없다”며 “일반 강사들과 마찬가지로 수강생 수에 따라 수익이 결정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변호사 출신의 한 강사도 “대학교수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강의 준비를 한다”며 “변호사 생활이 어렵다고 해도 선뜻 나섰다간 오히려 큰 코 다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치열한 경쟁 때문에 변호사 출신 강사들은 영입시 ‘특급대우’를 받지도 못한다. PLS 관계자는 “변호사 영입비는 일반 강사 수준”이라며 “이들에 대한 스카우트비는 최고 1억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