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에게 공식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그는 “경선 이후 따뜻하고 진정한 배려가 부족했으며 모든 것이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박 전 대표에게 사과하면서 ‘더 열린 마음과 낮은 자세’를 다짐했다. 박 전 대표와 함께 정권을 창출하고, 정권 창출 이후에도 국정현안을 협의하는 정치적 동반자로 삼을 것임을 강조했다.
박 전 대표 측의 불안을 의식, 당헌ㆍ당규에 따른 엄격한 대권ㆍ당권 분리를 환기하는 한편 박 전대표와 강재섭 대표 등과의 정례 3자 회동을 약속하고, 박 전 대표 쪽으로 기울어 있는 당 원로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박 전 대표 측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몸을 낮춘 셈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묵묵부답은 이어지고 있다. 12일 외부활동을 재개하면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로서는 원칙적 언급이라도 할 법한데 감감 무소식이다.
거대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당 안에 대고 사죄와 다짐, 협조 요청을 하는 모습도 우스꽝스럽지만, 박 전 대표의 지나치게 긴 침묵도 적지 않은 오해를 부를 만하다.
원론적으로 박 전 대표가 어떤 태도를 취하든, 그것은 자연인의 정치적 자유에 속한다. 그러나 공당의 반쪽을 이끌고 있고 경선을 치른 바 있는 정치적 지위를 감안하면 침묵의 현실적 의미도 달라진다.
그의 침묵이 이 후보에 대한 묵시적 거부 의사로 비친 게 사실인 데다 이회창 전 총재의 독자 출마 선언 이후로는 더 이상 단순 ‘중립’을 뜻할 수도 없게 됐다. 한나라당 비주류 수장으로서 당 안팎을 같은 저울에 올리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후보나 이 전 총재가 그에게 쩔쩔매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 상당수가 그를 정치지도자로서 믿고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경선 승복’이라는 무성한 찬사에서 드러났듯, 개인적 감정을 앞세우지 않는 합리적이고 떳떳한 모습이 국민에게 적잖은 믿음을 심었다.
앞으로 커다란 정치적 자산이기도 한 그런 믿음에 등을 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백의종군’ 다짐 그대로 당원으로서의 최소 책무는 되새길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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