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모 사장 등이 보유한 자료는 영업비밀이 아니다. 이번 일로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가 침해 되서는 안 된다.”
STX중공업 산업플랜트 부문 구모 사장, 김모 상무가 전 직장인 두산중공업의 해수 담수화플랜트 핵심기술 유출 혐의로 구속된 다음날인 9일 STX 측이 밝힌 공식 입장이다.
STX는 일부 언론을 통해 “이번 사건은 두산이 후발 기업의 추격에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일어난 일”이라는 희한한 논리까지 폈다. 너무도 당당한 STX의 태도는 과연 STX가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할 줄도 모르는 기업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이쯤에서 STX에 답을 구하고자 한다. STX는 ‘비밀’이 아니라고 하는데, 구모 사장 등은 왜 두산에서 들고나온 USB메모리를 검찰에 제출할 때 내용물을 지웠을까. 왜 그들은 별 것 아닌 내용을 새 직장에서 받은 노트북에 저장해 놓았을까. 해수 담수화 원천기술이 세계적으로 5개 업체만 보유하고 있고, 이들 업체들이 보안상의 이유로 특허등록조차 하지 않은 채 비밀로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기 때문은 아닐까.
분명 헌법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누구나 더 좋은 급여와 근무조건을 제시하는 회사로 자유롭게 이직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전에 몸담았던 기업의 기밀을 빼돌려 새로 몸담은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검찰이 밝힌 대로 이번 사건은 ‘신생 업체가 경쟁 업체의 오랜 시간과 땀과 노력이 깃든 결과물을 도용해 시장 경쟁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한 범죄’다.
구속되거나 입건된 이들이 실무자가 아니라 사장 등 고위 임원이라는 점에서, STX의 최고위층이 이들의 채용과 기술 유출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진실은 향후 보강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의혹의 중심에 선 STX로서는 자기 합리화나 변명보다는 자중과 반성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전성철 사회부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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