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연 지음 / 열림원 발행ㆍ220쪽ㆍ9,000원
단편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2002), <십오야월> (2005)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란 이질적 선택항을 하나의 통사로 묶어내는 이효석의 문체와, 순박한 인물들이 순간순간 발휘하는 회화적 응전에 주목하는 김유정의 세계를 두루 갖춘 작가”(평론가 김경수)란 평을 받은 김도연(41ㆍ사진)씨가 첫 장편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을 출간했다. 소와> 십오야월>
농촌 총각 ‘나’, 인간의 말을 할 줄 아는 암소, 남편을 잃은 ‘나’의 옛 애인이 동행하며 펼치는 ‘길 위의 이야기’다. 소설가 윤대녕씨는 “김도연은 개는 물론, 소와 돼지, 심지어 닭과도 일상적으로 얘기를 주고 받는, 짐승과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라고 발문에 적어 환상성 짙은 이 소설에 아우라를 더한다.
외양간 청소 중 아버지와 설전을 벌이던 ‘나’는 홧김에 소를 팔고 봄꽃 구경을 하고 오리라 마음 먹고 트럭에 암소를 싣고 집을 나선다. 하지만 축산물 시장 개방으로 폭락한 소값 때문에 팔기가 망설여지고, 친구에게 시집갔던 옛 애인에겐 남편의 부고를 알리는 전화가 온다. 소를 실은 트럭을 몰고 장례식장을 찾은 ‘나’는 그녀의 적극적 구애를 받고 갈등한다.
우여곡절 끝에 ‘나’와 그녀는 대학 시절 죽은 친구(남편)와 단짝을 이뤄 여행했던, 강원도에서 서울 안국동 조계사까지의 여로를 다시 밟아간다.
‘맙소사’라는 별난 이름의 절이 여러 번 불쑥 끼어들며 유유한 여행길에 작은 소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여정이 깊어질수록 두 사람은 자연스레 암소를 친구의 환생으로 여기게 되고, ‘나’의 꿈과 환영이 현실에 틈입하는 빈도도 잦아진다. 소설은 점차 몽환적인 색채를 강하게 띠게 되고, 이에 맞춰 견성(見性ㆍ참된 자기를 깨닫는 일)에 이르고자 하는 불교적 수행 과정에 대한 거대한 알레고리가 완성돼 간다.
김씨는 첫 장편을 통해 2000년대 한국 소설에선 드문 향토성을 견지하면서 무구한 상상력을 결코 뻔하지 않게 형상화하는 솜씨를 발휘했다. 농촌 문제 등 세태에 대한 발언을 곳곳에 의뭉스레 끼워넣으면서 소설이 지나치게 환상성에 경도되는 것을 막은 작가의 균형 감각도 인상적이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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