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경찰이 9일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자택을 둘러싸고 부토가 참가하려는 반정부 시위를 원천 봉쇄했다. 이 때문에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국가 비상사태 선포 이후 변호사들이 주도한 반정부 운동을 대중으로 확산시키려는 시도는 일단 좌절됐다.
AFP 통신에 따르면 200명 가까운 경찰관들이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부토의 자택을 둘러싸고 철조망을 설치, 부토의 외출을 막았다.
AFP는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리가 “부토는 가택연금 상태”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으나, 타리크 아짐 파키스탄 정보부 차관은 “부토가 공식적으로 가택연금된 것은 아니다”고 AP 통신에 밝혔다.
아짐 차관은 그러나 “어떤 정치인의 집회 참석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부토가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임을 내비쳤다. 부토가 이끄는 파키스탄인민당(PPP)의 안와르 바이그 상원의원은 “이것은 부토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부토와 PPP는 이날 무샤라프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군사도시 라왈핀디에서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열 계획이었다. 이번 집회는 비상사태 선포 후 야당 주도로는 처음 열리는 것이어서, 거의 1주일 동안 이프티카르 초드리 전 대법원장을 추종하는 변호사들이 주도해 온 무샤라프 퇴진운동이 대중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국제적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는 집회 원천 봉쇄 방침을 세우고 부토를 자택에 가두는 한편 집회 참석이 예상되는 PPP 지지자 수천명을 연행했다. PPP 소속 의원 세 명도 질서 유지 명목으로 체포됐다. 라왈핀디에는 6,000여명의 경찰 병력이 인근 도시로 통하는 도로를 모두 봉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압박과 미국 정부의 파키스탄 원조 감축 검토 등 국제적 비난에 직면한 무샤라프 대통령은 내년 1월 치러질 예정이었던 총선을 1개월 이상 늦추지 않겠다고 8일 발표했다.
그러나 부토 전 총리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확한 총선 날짜와 퇴임 날짜를 원한다”며 집회를 강행할 의사를 밝혔다.
또 “무샤라프의 총선 발언은 모호하고, 15일까지 군복을 벗을 것을 요구한다”며 이를 약속하지 않을 경우 13일 다시 대규모 집회를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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