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생 프랑스 여류 소설가 클레르 카스티용(사진)의 책 2권이 출판사 문학동네를 통해 국내에 첫 소개됐다. 2000년 데뷔 이후 발표한 7권의 소설 중 세 번째 것인 장편 <왜 나를 사랑하지 않아?> (2003)와 여섯 번째 것인 단편집 <로즈 베이비> (2006)이다. 로즈> 왜>
카스티용은 프랑스에서 ‘천사의 얼굴로 악마의 글을 쓰는 작가’로 불리고 있다. 그의 작품은 뭇사람들이 품고 있는 금기와 윤리 의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배반한다. ‘무개념 인간’들이 펼치는 사악하고 이기적인 행태는 독자의 마음을 불편하다 못해 참혹하게 만든다.
카스티용의 유명세는 비단 문단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고급 패션브랜드 상품의 광고 문구를 쓰고, 성인 TV 프로에서 관능적인 사회자로 활동하고, 유명 뉴스 앵커와의 스캔들로 국민적 관심을 끄는 등 그의 도발적인 행보는 신문 가십란의 호재가 되는 일이 잦은 모양이다.
<왜 나를 사랑하지 않아?> 는 자폐적 악행을 일삼는 한 남자의 성장기다. 아버지가 혼외정사로 낳은 갓난아기를 죽이곤 죄를 아버지에게 뒤집어 씌우고, 졸지에 생계를 떠맡게 된 어머니에게 매춘을 알선하는 ‘나’의 10대 시절은 패륜의 연속이다. 왜>
돈만 보고 결혼한 이후엔 불륜을 저지르고, 우연히 만난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려 태어난지 얼마 안된 아들을 쓰레기통 옆에 유기하는 등 악행의 긴 목록을 작성해간다.
19편의 짧은 단편을 묶은 <로즈 베이비> 에서 작가는 모성애 없는 엄마, 딸과의 친밀한 관계에 집착하는 엄마, 친정 엄마와 바람난 남편 등 가족 성원간에 맺어지는 부도덕한 관계를 발칙한 상상력으로 그린다. 로즈>
철저히 위악적인 태도로 윤리의 입성을 발가벗기는 뚝심이 대단하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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