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대전공장 근로자 10여 명이 최근 1년 반 사이에 심근경색 등으로 잇따라 돌연사한 사건은 회사의 작업장 관리 부실을 의심하기에 족하다.
기간을 몇 년 전까지로 소급해 보아도 다른 타이어 제조회사들에서는 이런 돌연사 다발 현상이 없는데 유독 이 회사에서만 짧은 기간에 피해가 집중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직원 건강진단을 맡긴 의료기관이 검사 결과 문제가 심각한 경우에 대해서도 정상 판정을 내려 노동부로부터 업무정지를 당했는데도 계속 회사 작업환경 측정을 맡긴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회사와 검진 기관 간에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사태가 이러한데도 노동부의 조사ㆍ감독 활동이 너무 한가하다는 데 있다. 이 사안이 몇 달 전에 지역 언론 등에 보도됐는데도 노동부는 며칠 전에야 이 회사 생산직 직원 약 800명에 대한 임시 건강 진단 실시를 명했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와 사망자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 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2004년 국정감사 당시 이 회사 대전공장 직원이 노동부 장관에게 비슷한 문제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달라고 호소한 적이 있다는 점으로 볼 때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사업주의 중대한 과실이나 직업병이라는 증거가 나와야 특별 근로감독에 나설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대응이라고 본다. 최대한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 유족들 주장대로 솔벤트를 비롯한 독성 물질을 적절한 조치 없이 마구잡이로 사용했다든가 근무 강도를 지나치게 높인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야말로 후진국형 산업재해이기 때문이다.
회사도 지금처럼 방어에만 급급해 유족들과 다투는 식의 태도는 당장 버려야 한다. 한국타이어는 한국을 대표하는 타이어 회사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브랜드 이미지가 높다. 그런 회사가 종업원 뒷조사와 같은 원시적인 노무 관리 행태를 보인다는 것은 개탄스럽다. 근로자 대표들을 동참시켜 노동부 조사에 성실히 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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