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남녀평등 상황이 세계에서 바닥을 헤매고 있다. 최근 공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2007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28개국 가운데 97위였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4단계가 올랐으나 여전히 부끄럽다. 여성의 기대 수명에서는 작년에 이어 1위에 오르고, 임금 균등에서는 8위 등 진전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여성 정부각료 부분에서는 110위, 여성 국회의원ㆍ고위 공직자ㆍ경영자 부분에서는 104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7월 발표된 '2007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도 우리 여성의 피폐한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여성이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20%로, 30년 전에 비해 3.8배나 늘었다.
여성 취업자 중 임시ㆍ일용직 비율도 45%나 되며, 임금도 남성의 63%에 머물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은 늘고 있으나 근무조건은 열악하며, 지도층 진출은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막혀 있는 것이다.
최근만 해도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한명숙 심상정씨 등 3명의 여성 정치인이 고배를 마신 것을 우연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경제력은 10위권을 뽐내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여성에 대해 봉건적이고 폐쇄적인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4명으로 출발했던 여성장관 숫자도 지금은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 1명이다.
세계적으로는 지금 여성 대통령이나 총리가 한 달이 멀다하고 탄생하고 있다. 얼마 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맞은 아르헨티나를 비롯해서, 필리핀 인도 라이베리아 모잠비크 뉴질랜드 독일 아일랜드 칠레 자메이카 등이 여성을 최고 정치지도자로 세웠다.
여성단체들이 고액권 초상인물 선정에 반발하는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시대를 앞서간 유관순을 제외하고 전통적 성역할을 상징하는 신사임당을 모델로 채택한 것이 헌법의 성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녀평등이 세계 최하위권인 것이 누구 책임인가? 남녀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지금으로는 사회의 강자인 한국 남성의 책임이 훨씬 크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