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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日애니 걸작들 가을릴레이 "끌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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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日애니 걸작들 가을릴레이 "끌리네"

입력
2007.11.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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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관심이 있어 작심을 했든, 아니면 아이들 등쌀에 마지못한 걸음을 했든 결코 후회하지 않은 영화가 있다면 재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일 것이다. 수작으로 평가 받은 것들만 골라 개봉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면 볼수록 가슴으로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매력 때문일 것이다.

기발하지만 우리네 삶에서 발을 떼지않는 상상력, 정다운 캐릭터와 미소를 머금게 하는 그의 ‘인간적’ 성격과 행동, 겉은 가벼운 듯하지만 만만치 않은 통찰력, 간판 하나까지 일본 색깔을 살린 섬세함, 이를 무기로 저패니메이션은 늘 우리, 인간을 이야기 한다. 개구쟁이 소녀의 학교, 우울한 먼 미래, 귀신들이 사는 세상, 어디라도 상관없다.

기무라 타쿠야, 오다기리 죠 같은 일류(日流) 남성 스타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는 듯이 4편의 재패니메이션이 잇따라 선을 보이고 있다. 주인공은 반대로 모두 여자란 점도 흥미롭다.

열 세 살 짜리 귀여운 마녀가 있는가 하면, 지금도 일본 거리에서 금방이라도 맞닥뜨릴 것 같은 수줍고 꿈 많은 사춘기 여중생도 있다. 로봇 옷을 입고 하늘을 나는 미모의 여전사도 있으며, 꿈속을 여행하며 이상한 모양으로 악에 대항하는 매력적인 20대 후반의 여의사도 있다.

■ 마녀 배달부 키키

재패니메이션 마니아라면 이미 어떤 방법으로든 본 작품. 18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만큼 사실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제작연대(1989년)도 연대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으로도 국내 개봉(22일)이 늦다. 그런데도 조금도 낡게 느껴지지 않는다. 환상과 모험 속에 펼쳐놓은 하야오의 변하지 않은 ‘순수’의 힘 덕분이 일까.

그 순수는 주인공 키키에게 그대로 투영된다. 열 세 살의 마녀의 자기 삶과의 서투른 첫 만남. 그것을 위한 여행과 모험과 아픔과 만남은 인간의 것 그대로다.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법은 친구가 된 톰보는 물론 인간 모두의 꿈을 대신한다. 마법은 해리 포터처럼 거창하게 세상의 악을 물리치는 무기가 아니라, 사람 사이에 정과 사랑을 연결해 주는 끈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에서 귀신처럼 하야오의 마녀세상도 결국 인간세상과 다르지 않다. 타고난 마법조차도, 간절한 아름다운 이유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키키에게 그것은 ‘남을 소중히 하는 마음’이다.

■ 귀 기울이면

하야오 냄새가 난다. 당연하다. 하야오 영화공장인 지브리 스튜디오의 1995년 작품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감독이 <마녀 배달부 키키> <반딧불의 묘> <월령공주> 의 수석 작화를 맡았던, 하야오 후계자로까지 일컬어지던 콘도 요시후미이니. 그런데 1998년 갑자기 죽는 바람에 이 영화가 데뷔작이자 마지막 작품이 됐다.

요시후미 감독은 좀 더 땅으로 내려왔다. 키키 보다는 두 살 많은 열 다섯 살 사춘기 문학소녀 시즈쿠의 가슴 속으로 들어가 첫사랑의 감정을 들춰낸다. 같은 학교 동급생(중3)인 세이지와의 만남과 이별과 재회와 자신의 미래와 삶의 방향을 결정해야 그 또래의 고민들이 생생한 일상과 재치 있는 대사로 그려진다.

그렇다고 환상과 모험을 싹 빼버린 것은 아니다. 세이지 할아버지의 남작고양이에 얽힌 러브스토리와 그것을 소재로 쓴 시즈쿠의 습작소설 이 액자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22일 개봉.

■ 파프리카

꿈과 현실이 뒤섞인다. 미스터리, 스릴러, 액션 등 여러 장르를 뒤섞이며 인간의 이중인격, 악몽에 시달리는 현대인, 현실과 꿈의 경계 등을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간다.

과학의 힘으로 꿈의 공간에까지 인간이 들어갈 수 있게 된 세상. 20대 후반의 정신과 의사 아츠코가 꿈속 치료사가 돼 기계결함을 이용해 인간의 꿈을 지배하려는 테러리스트에 맞선다.

그런데 그 방법이 독특하다. 모두 빨아들이기. 결과 그녀의 몸도 점점 뚱뚱해진다. 파프리카처럼. <천년여우> 의 곤 사토시 감독의 2006년 작품. <시간을 달리는 소녀> 로 유명한 츠츠이 야스타카의 동명 SF명소설이 원작이다. 3일 개봉.

■ 벡실

참, 일본이니 이런 상상도 가능한가 보다. 일본이 쇄국정책을 편다. 그것도 통신까지 완벽하게 차단하는. 이유는 자국의 첨단기술에 대한 세계 각국들의 규제에 반발해서라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60년 후의 가상이다. 10년 뒤, 그 봉쇄망을 뚫고 미국 특수부대 여전사 벡실이 침투한다. 도대체 일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마리아란 여자의 도움으로 벡실이 알아낸 일본의 한 거대기업의 음모 역시 로봇왕국을 자처하는 일본다운 것이다.

3차원 디지털 라이브 기법으로 만든 만큼 분위기도, 질감도 셀 애니메이션과는 다르다. 맑고 차가운 영상, <파이널 판타지> 를 연상케 하는 무국적 느낌의 캐릭터들, 다양한 로봇들의 등장과 그들의 빠른 액션으로 일본 냄새를 많이 지웠다. 더구나 선악의 설정까지 반대다. 소리 후미히코 감독의 2007년 최신작. 8일 개봉.

이대현 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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