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이길 때가 됐다. 이번엔 꼭 이기겠다.”(7일)
“중국을 만만하게 보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8일)
“지난해 대만에 진 빚을 갚아야 할 때가 됐다.”(9일)
대한해협을 건너 자신이 태어난 일본을 찾은 SK 김성근 감독. 아시아 정복이라는 꿈을 품은 그는 매일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한다고 했던가. 최강으로 꼽힌 일본 대표 주니치를 상대할 때나 최약체 중국을 만날 때나 똑같이 전력을 다했다. 한국 프로팀으로는 처음으로 일본시리즈 우승팀을 꺾은 기쁨이 가시기도 전이지만 ‘냉정한 승부사’는 여유와는 거리가 멀었다.
김성근 감독은 9일 도쿄돔에서 열린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중국과의 예선 2차전에 베스트 멤버를 총출동시켜 7회 콜드게임승(13-0)을 거뒀다. 경기는 어른이 아이의 손목을 비틀 듯 싱거운 승부로 끝났다. 그러나 김 감독은 경기 전 “중국의 공격력이 예상보다 강하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중국은 전날 대만 대표 퉁이에 5-9 역전패를 당했지만 6회까지 4-1로 앞설 정도로 급성장했다.
김 감독은 이날 내세운 전략은 ‘변화구’와 ‘기동력’이다. 투수들은 중국 타자의 약점을 변화구로 공략하고, 타선은 기동력으로 상대 수비를 흔든다는 계획. SK 타자들은 작전대로 3회부터 5회까지 틈만 나면 도루를 성공시켜 상대 수비의 넋을 빼놓았다. 올시즌 두산(161개)에 이어 팀 도루 2위(136개)를 기록한 SK의 발야구에 중국 야수들은 실책을 3개나 저지르며 무너졌다.
기동력을 마음껏 과시한 SK 타선은 10안타 8볼넷 4도루로 안타수보다 많은 13점을 뽑아냈다. 약체 중국을 상대로 홈런을 노리는 큰 스윙이 나올 법도 싶었다. 하지만 4번타자 이호준까지 한 수 아래인 상대 투수의 공을 밀어칠 정도로 팀 배팅에 주력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로마노(5이닝)와 김경태, 김원형(이상 1이닝)이 7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완봉승을 합작했다.
중국전에서 완승을 거둔 김성근 감독은 대만전 승리를 다짐했다. 김 감독은 “지난 해 한국 대표로 참가했던 삼성이 대만에 졌는데 이번에는 반드시 그 빚을 갚겠다”며 “우리 실력만 발휘하면 대만을 이기고 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중국 짐 르페브르 감독은 “SK 선수들은 프로였다. 우리 선수들이 배워야 할 게 많다”고 패배를 시인했다.
이어진 경기에서는 주니치가 대만의 퉁이를 4-2로 꺾고 1승1패를 기록했다. 만약 퉁이가 10일 SK전에서 이기면 세 팀이 모두 2승1패가 된다. 이럴 경우 총실점과 총득점을 따져 순위를 정한다. SK는 총실점이 3점, 총득점이 19점이지만 퉁이는 총실점이 9점, 총득점이 11점이다. 따라서 SK가 퉁이에 7점차 이상으로 지지 않는 한 결승전에 진출한다.
도쿄=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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