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007년 한국 대선의 캐스팅 보트를 쥔 인물로 부상했다.
지난 8월 20일 한나라당 경선 패배 후 대선 무대에서 퇴장할 것 같았던 박 전 대표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무소속 출마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박 전 대표가 최대 1,000만표(30%) 정도는 영향력이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이 전 총재와 지역적 지지기반이 겹치고, 이념적 노선도 이 후보에 비해 가깝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라는 한 울타리에 있는데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원칙주의’의 밧줄로 당과 자신을 묶어 놓았다. 그가 누구를 택할지에 따라 이명박의 대세론이 다시 살아날 수도 있고, 이 전 총재가 역대세론을 만들어내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YTN여론조사에서 호감도가 64%대까지 나왔다. 그의 파워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우선 이 전 총재의 출마로 야기된 정국 상황은 박 전 대표의 상품성을 극대화 시켰다. 이 전 총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대이상(25%대), 대전ㆍ충남(25%대), 대구 경북 (20% 중반), 부산ㆍ울산(20% 후반)대에서 강세를 보인다. 경선 직전 박 전 대표가 강세를 보였던 지역과 놀랄만큼 일치한다. 이 전 총재 지지자의 62.8%가 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지지자라는 조사 결과(TNS코리아.11월7일)도 있다.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 지지를 선언하면 이동 폭이 훨씬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더욱 파괴력을 가진 것은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와 본선 같은 경선을 치르면서 갖춰놓은 물적ㆍ인적 인프라이다. 박 전 대표의 조직과 사람들이 이 전 총재에 가세하면 이 전 총재 캠프는 정책공약과 조직을 겸비한 ‘정예부대’로 일시에 무장된다.
반면 박 전 대표의 지지세가 이 후보에게로 옮겨 붙으면 지역, 연령, 이념에서 시너지가 나고 박 전대표 지지층이 다시 이 후보측으로 회귀할 수 있다. 질래야 질 수 없는 싸움이 된다.
박 전 대표 지지층의 특징은 “한번 지지하면 쉽게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KSOI 한귀영 실장)는 점이다. 박 전 대표는 만55세다. 5년 뒤에도 충분히 대권 도전이 가능하다는 점도 지지자들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박 전 대표의 이 전 총재 지지는 ‘아름다운 승복’ 기조를 깨는 것이다. ‘원칙의 박근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는 고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전 대표는 이 후보에게 인간적 신뢰감을 갖고 있지 못하다. 경선 이후 이 후보측 행보를 보고 실망감이 더 커졌다. 한 측근은“이 국면을 이용해 이 후보로부터 무엇을 챙기겠다는 생각은 적어도 박 전 대표의 머리에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다른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표 역시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놓고결단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이다. 다소 불안해 보이지만 이 후보를 도와 당권을 잡고 차기대권을 노릴지, 이 전 총재와의 정치적 결합을 통해 대선을 넘어 총선 이후까지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위험한 도박을 택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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