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리엄 엥달 지음ㆍ서미석 옮김 / 길 발행ㆍ400쪽ㆍ1만8,000원
석유값 배럴 당 100달러 시대가 임박했다. 고유가로 우리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에너지(석유)를 지배하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일찍이 갈파한 헨리 키신저의 말이 새삼스럽다.
지난 30년간 석유 지정학 문제에 천착해온 미국 언론인이자 비주류 경제학자인 저자 윌리엄 엥달은 20세기의 숱한 전쟁들, 즉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이라크전쟁, 코소보 사태, 아프리카 내전, 영국의 아르헨티나 공격 등이 바로 석유 때문에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석유 지정학’의 중요성을 잘 아는 미국이 그것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지키려고 일으킨 일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석유를 통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석유 지정학은 1920년대 말에 태동됐다고 본다. 1928년 미국과 영국의 7대 메이저 석유회사(세븐 시스터스)인 엑손, 모빌, 걸프, 텍사코, 셰브런, 로열더치셸, BP가 ‘현상(As Is) 협정’(아크나카리 협정)을 맺으면서라는 주장이다.
세븐 시스터스는 이 후 전 세계 석유 채굴과 정유, 판매에 대한 독점권을 행사했다. 곧 이어 석유값을 담합하고, 이런 지배력을 깨뜨리려는 위협에는 가차없이 응징했다.
석유재벌과 미ㆍ영의 금융가가 석유 패권의 유지ㆍ확대를 위해 정부에 압력을 가하거나 석유시장을 제멋대로 주물렀다. 1970년대의 1, 2차 석유파동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들 세븐 시스터스와 미ㆍ영의 금융가, 이들과 결탁한 고위 정부 관리의 공동 작품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1944년 출범한 브레턴우즈체제가 미국을 단일 석유 패권국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P),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통해 미국이 석유를 기반으로 한 전 세계 유일의 독주체제를 형성했다는 관점을 고수한다.
최근 이라크전쟁도 미국이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몰아내고 민주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중동의 풍부한 석유 자원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최근 국제면을 장식한 수단의 다르푸르 사태 역시 단순한 민족 분쟁이 아니라 중국 - 미국 간에 석유를 둘러싼 싸움이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미국이 석유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2, 제3의 이라크 전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이 나올 만 하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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