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지검 특수부가 다시 사정의 칼을 빼들었다. 방위성 전 차관의 접대골프 사건으로 불거진 군수업자와 업계의 유착 비리를 겨냥한 일본 검찰의 칼날은 어느 때보다 예리하다.
그 서슬에 일본 정ㆍ관ㆍ재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야당은 이번 사건을 1970년대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총리를 쓰러뜨린 록히드사건에 비유하며 정치적 공세를 벼르고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항공ㆍ방위분야 전문 회사인 야마다요코(山田羊行)의 전 전무 미야자키 모토노부(宮崎元伸ㆍ68)씨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 회사의 미국 자회사 전 사장과 공모, 자회사 공금 1억2,000만엔을 일본내의 자신 계좌로 송금토록 해 횡령한 혐의로 8일 전격 구속했다. 미야자키씨는 이 자금의 일부를 지난해 설립한 방위상사 일본미라이즈의 운전자금으로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미야자키씨는 모리야 다케마사(守屋武昌) 전 방위성 차관에게 200차례가 넘는 골프접대 등을 제공해 구설수에 올랐다. 미야자키씨가 횡령한 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해 모리야 전 차관과의 관계를 규명한 뒤 다른 방위성 간부들, ‘방위족’의원들과의 유착 관계를 파헤친다는 게 검찰의 복안이다.
야마다요코사는 방위성 출신을 대거 영입하는 등 방위성 간부들과 방위족 의원, 자위대 간부 등과의 폭넓은 관계를 형성하면서 매출액 351억엔의 중견 방위 전문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 5년간 방위성으로부터 수주한 117건, 174억엔 중 대부분이 수의계약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마다요코사는 2001년 방위성 납품 과정에서 1억8,000만엔 상당을 과다 청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방위시설청 발주공사의 관제담합사건을 비롯 그동안 방위 관련 비리가 끊이지 않자 2월부터 본격적으로 내사에 착수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돌연 사퇴로 정국이 불안해지면서 수사 착수 시기를 저울질해오다 미야자키씨의 국회 증언을 하루 앞두고 증거 인멸의 우려 등을 들어 그를 전격 체포했다.
정ㆍ관계는 초긴장하고 있다. 골프접대사건으로 업체가 관료는 물론 방위족 의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온 것이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이 대형 스캔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8일 도쿄도내에서 열린 방위족 의원과 군수업자와의 교류회인 ‘미일안전보장전략회의’의 풍경이 상징적이었다. 검찰의 움직임이 알려지자 모임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방위족 의원 등 주요 인사들이 취소를 알려왔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