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측 의원들의 심사는 요즘 복잡하다.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전 총재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어찌 보면 행복한 입장이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조만간 선택을 해야 한다. 행복한 시간은 잠시다. 그래서 고민이 깊고, 아름아름 모이는 기회도 잦다.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은 현재 강온 양 기류로 뚜렷이 갈라져 있다. 의원들 가운데 온건 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정치는 대의명분”이란 논리를 앞세운다. “대의명분을 따라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에 대해 빠른 시일 안에 지지하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성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이 후보 측이 여전히 당 화합의 진정성을 갖고 있지 않다”며 지금 당장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데 회의적이다. 하지만 강성 의원들도 지금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를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 어쨌든 숫자는 양쪽이 비슷해 보인다.
현 국면에서의 고민은 곧 내년 4월 총선과 직결된다. 의원들은 대선이 끝나면 당장 공천을 걱정해야 한다. 박 전 대표측은 이 후보 측이 집권하면 곧장 공천권의 칼을 휘둘러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을 대거 낙마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경선 이후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발언 등을 통해 이런 징후는 감지됐다. 신당설도 나왔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이 후보 측으로부터 대선 이후 당권, 다시 말해 공천권 보장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전 총재 측에 내심 기대를 거는 의원도 있다. “대선 이후 이 전 총재 측과 박 전 대표가 연대하면 이 후보 측의 신당이나 공천 개혁에 맞설 정계개편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한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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